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27일 또다시 사과했다.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박선숙, 김수민 의원 등을 비례대표 선거비용 리베이트 수수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한 이후 세 번째다. 이날 박 의원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고, 왕주현 사무부총장은 구속됐다. 검찰은 박 의원과 김 의원에 대해서도 사법 처리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두 의원에 대한 출당론과 함께 안 대표 책임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 세 번째 고개 숙인 安
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국민의당 소속 의원 한 분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주요 당직자 한 분은 영장 실질심사를 받는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당초 검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던 당 기류는 왕 부총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이후 급선회했다. 사법적인 판단과 별개로 정치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출당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며 “국민 정서는 상당히 가혹한 요구를 하고 있고, 당헌당규는 모든 것이 기소됐을 때 (당원권 정지가) 이뤄져야 되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류 변화는 당내 최대 기반인 호남 민심이 흔들린 탓도 작지 않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20∼24일 국민의당의 호남 지지율은 24.9%로 11.8%포인트나 급락하면서 더민주당(37.2%)에 6개월 만에 뒤처졌다. ○ 검, “박, 알고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경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하면서 “많은 분들께 큰 걱정 끼쳐드려서 죄송하다”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사실관계를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자신의 혐의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24일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왕 부총장은 10분 뒤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서부지검 청사 바로 옆 서부지법에 출석했다.
검찰 관계자는 왕 부총장 등이 선관위에 선거비용을 허위 청구해 1억 원을 보전받은 것과 관련해 “(박 의원이) 알고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허위) 청구해 돈이 (당에) 들어가면 그걸로 범죄가 성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박 의원이 단순히 회계 책임자로서의 법적 책임 이상으로 이번 사건에 일부 관여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김수민 의원 측이 23일 제출한 의견서에서 왕 부총장의 허위 계약서 작성 지시에 대해 “왜 그렇게 해야 되느냐”고 반문했다고 밝힌 만큼 김 의원도 당시 행위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법을 몰랐다고 처벌받지 않는 건 아니다”라며 “일반적으로 모를 수가 없고, 아니까 숨기려고 하는 거지 모르면 왜 숨기려고 하겠나”라고 말했다. ○ 고개 드는 ‘지도부 책임론’
이날 오전 7시 시작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는 박, 김 의원의 출당 문제도 거론됐다. 한 최고위원은 “국민 눈높이에서 바라보면 검찰 기소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치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두 공동대표와 원내대표가 정치적으로 결단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최고위원은 “(두 의원 출당 같은) 꼬리 자르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해당 인사들은 당헌당규에 따라 원칙적으로 조치하되, 안 대표가 먼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도부가 동반 사퇴하고 박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비대위를 구성해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내년 대선까지 시간이 적지 않다”며 “안 대표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사즉생(死則生)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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