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선거비용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대해 28일 “당 대표로서 책임을 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만류로 일단 보류됐지만 안 대표의 대표직 사퇴는 시기만 남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당은 박선숙 김수민 의원과 왕주현 사무부총장(구속)이 기소될 경우 당원권을 몰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미온적인 대처로 사태가 조기에 수습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갈팡질팡 국민의당
‘설마’ 했던 왕 부총장의 구속이 현실화하자 국민의당은 이날 일대 혼돈에 빠졌다. 박선숙 의원(전 사무총장)과 김수민 의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오전 6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등 최고위원 9명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박 의원과 김 의원, 왕 부총장에 대한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 오전 8시 반에는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이들에 대한 당원권 정지, 출당 등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결국 오후 4시 다시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소집했다.
두 차례에 걸친 최고위와 의총 끝에 내린 결론은 ‘당헌 당규에 따라 조치한다’는 것이었다. 안 대표와 박 원내대표 등은 즉각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다수 의원이 ‘원칙 처리’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은 당헌·당규 제11조 3항에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된 자는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을 정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의 기소 이후에나 당원권 정지나 출당 등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은 탈당이나 자진 사퇴하지 않는 경우 당원권 정지나 출당을 당해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 “자진 사퇴해야” “지도부도 책임 불가피”
안 대표는 2차 의총 직후 “국민 여러분께 큰 걱정을 끼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 당 책임자이자 대표자로서 뼈아픈 책임을 통감한다”며 또다시 사과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네 번째 대국민 사과다.
의총에서 한 의원은 “당사자에 대한 처분은 물론이고 지도부 차원의 책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의원은 “이게 무슨 제3의 길이냐”고 했다. 이에 안 대표는 “당의 최고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회피하지 않겠다. 나 자신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져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수차례 자신의 ‘정치적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다수 의원이 “이제 겨우 당 체계를 잡아가고 있다” “대표 책임론을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안 대표는 “책임 부분은 내일 최고위에서 다시 논의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안 대표가 사퇴 결심을 굳혔다는 관측이 당 내부에서 나온다. 한 의원은 “안 대표가 이미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안 대표가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막다른 골목에 몰린 국민의당
당 안팎에선 안 대표가 사건 초기 진상을 파악해 곧바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을 했어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사건이 불거진 지 20일이 지나 왕 부총장이 구속되고서야 이날 징계 방안을 논의했지만 실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일각에선 “박 의원 등이 안 대표의 최측근이라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국민의당과 야권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도덕성에서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주장해온 야권 전체가 매도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민주당이 이번 사태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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