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유권자 8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57%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비호감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관련 포털사이트의 주요 연관 검색어는 ‘망언’ ‘극우’ ‘인종차별’ 등 부정적인 키워드가 많았다.
국내 언론이나 정치인들의 입에도 트럼프는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유력한 대선 주자임에도 그간 보여 온 언행이 세계 최대 강국의 지도자감은 아니라고 여기는 기류가 강하다.
29일 동아일보 조사에서 각계 원로와 전문가들은 내년 대선이 다가올수록 트럼프처럼 자극적인 언행을 쏟아내 지지를 얻으려는 정치인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며 바람직한 지도자상을 강조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정체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시류에 편승해 눈앞의 표에 집착하는 정치인이 부쩍 늘었다”며 “보수든 진보든 정체성을 자신 있게 드러내고 국민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진정성 있는 정치인으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셀프 세일즈’에 급급한 정치인들을 경계했다. 김 전 의장은 “당과 국민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기보다 어떻게 본인 홍보할지부터 고민하는 정치인들이 많은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들부터 국무위원들 불러서 일장 연설이나 늘어놓고 있으니 문제 아니냐”며 “음지에서 봉사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정치인이 ‘호령’하기보다 ‘희생’을 우선순위로 둘 때 대선 주자로서 자격이 있다는 얘기다.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히는 인물들도 국가를 어떻게 이끌겠다는 비전과 철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신경식 대한민국헌정회장은 “최근 정치판을 보면 진정성 있는 이념 대결, 정책 대결은 사라지고 소모적 감정 싸움만 남았다”며 “이 안에서 소위 급이 되는 정치인들이 모두 숨어 눈치만 본다. 상황을 이용해 표심 잡기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정책을 소신껏 내세울 자신이 없는 정치인은 신음하는 대한민국을 이끌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감정을 건드리고 감정에 아부하고 싸움 붙이고 패거리짓 하기 좋아하는 정치인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감정적 대응이나 호소만 앞세우는 인물을 가장 경계했다. 김 전 실장은 한국 사회 문제에 직면해서 이를 해결할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 차기 지도자상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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