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그제 김일성의 삼촌 김형권(1905∼1936)과 외삼촌 강진석(1890∼1942)에게 2010년과 2012년에 추서한 건국훈장 애국장의 서훈 취소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보훈처 관계자는 “상훈법을 개정해 국가 정체성에 반하는 서훈은 취소하도록 할 것”이라며 “서훈 결정 당시에는 이들이 김일성 친인척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진보정권 때도 아닌 이명박 정부 때 조금만 들여다봐도 김일성 삼촌임이 드러나는 이들에게 건국훈장까지 줘놓고 몰랐다니 황당하다.
김형권과 강진석의 서훈 사실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야당 의원이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왜 김형권 강진석에 대한 서훈을 취소하지 않느냐’고 다그치자 박 처장은 “광복 이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김일성과 연관지을 수 없어 공훈을 준 것”이라고 답변했다. 박 의원이 “그 기준대로라면 김일성의 부모인 김형직과 강반석에게도 훈장을 줄 수 있느냐”고 묻자 박 처장은 “검토해 보겠다”고 답하기까지 했다.
김형권과 강진석에 대해 북한은 1990년 김일성 가계 우상화 작업을 벌였다. 양강도 풍산군과 풍산읍을 각각 ‘김형권군’과 ‘김형권읍’, 풍산군의 한 대학과 고등중학교를 ‘김형권사범대학’ ‘김형권고등중학교’로 개칭했다. 북한이 요란하게 떠받드는 인물에게 훈장을 주고도 김일성 삼촌인 줄 몰랐다니 어느 나라 보훈처인지 모르겠다.
더구나 상훈법상 김일성 삼촌이더라도 서훈을 취소할 수 없다니 기막힐 노릇이다. 서훈 취소 요건은 공적이 거짓인 경우, 국가 안전에 관한 죄를 범해 형을 받았거나 적대 지역으로 도피한 경우, 실정법 위반으로 징역 3년형 이상 수형한 경우로 제한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 독립운동에 기여한 사회주의 계열 인사도 서훈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김일성 일가친척에까지 훈장을 주는 것은 국민 정서상 받아들일 수 없다. 선정은 별도 기구인 ‘독립유공자 서훈 공적심사위원회’가 했다. 보훈처는 이 위원회에서 누가 어떤 경위로 김일성 삼촌들을 수훈자로 선정했는지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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