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차남 재용씨 ‘일당 400만원’ 노역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일 03시 00분


벌금 38억 안내 965일간 철창신세… 34억 밀린 처남 이창석씨도 함께
벌금 미납 前대통령 일가론 처음

전두환 전 대통령(85)의 둘째 아들 재용 씨(52)와 처남 이창석 씨(65)가 탈세 혐의로 확정된 벌금 40억 원을 미납해 노역장에 유치됐다. 전직 대통령 일가가 벌금을 내지 못해 철창 신세를 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집행2과는 1일 오전 8시경 벌금 납부를 이행하지 않은 재용 씨와 이 씨를 서울구치소 노역장에 유치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재용 씨와 이 씨는 납부 기한인 지난달 30일까지 각각 38억6000만 원, 34억2950만 원을 미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벌금을 낼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데다 추가로 벌금 납부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노역장 유치를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재용 씨와 이 씨는 2005년 경기 오산시 양산동 땅 28필지를 매매하는 과정에서 임목비(매매 대상 토지에 심은 나무의 가격)를 120억 원으로 허위 계상해 27억 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2013년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은 재용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이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형을 확정했다. 두 사람에 대한 벌금 40억 원도 각각 확정했다.

벌금형이 확정되면 선고 직후 30일 안에 벌금을 내야 하지만 두 사람이 벌금을 내지 않자 검찰은 여러 차례 독촉장을 보냈다. 결국 재용 씨 등은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내느라 돈이 없다며 지난해 9, 10월 ‘기타 부득이한 사유’를 들어 벌금을 나눠서 내겠다는 뜻을 밝혔고, 검찰은 그해 11월 구체적인 납부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검찰 사무규칙에 따라 분할 납부가 허용되려면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이거나 장애인, 불의의 재난 피해자여야 한다. 재용 씨 등은 해당 사항이 없었지만 일정액을 먼저 납부한 점을 감안하고 완납을 유도하기 위해 검찰은 두 사람에게 올해 1월부터 6개월간 분할 납부를 허가했다. 그러나 이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2014년 2월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40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한다’고 선고했다. 벌금 40억 원을 내지 않을 경우 1000일간 노역을 해야 되는 셈이었다. 하루 노역이 400만 원으로 환산되는 것을 고려할 때 재용 씨는 약 2년 8개월(965일), 이 씨는 약 2년 4개월(857일)간 노역장에서 지내야 한다. 재용 씨 측이 미납 벌금을 한꺼번에 내지 않는 한 노역장 유치는 유지되며, 유치된 상태에서는 분할 납부 신청이 불가능하다. 일부 금액을 납부해도 잔액에서 일당 400만 원을 나눈 날만큼 집행이 이뤄진다.

2014년 일당 5억 원의 ‘황제 노역’으로 논란이 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사건 이후 개정된 형법은 벌금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경우에는 500일 이상에서 1000일까지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997년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받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이 ‘전두환 추징법’에 따라 대통령 일가로부터 환수한 추징금은 1일 현재 1140억 원(전체 51.7%)이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강지식)는 지난달 30일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가 보유한 출판사 시공사가 변제한 미납 추징금 3억여 원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1일 밝혔다.

노역장에 유치된 재용 씨 등에게 새로운 재산이 발견될 경우 재용 씨와 가족이 희망하면 해당 재산은 벌금으로 납부된다. 그러나 새로 발견된 재산이 전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으로 규명되면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으로 환수할 수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전두환#재용#황제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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