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에게서 촉발된 ‘친인척 보좌진 채용 논란’이 보좌진 전체의 채용 문제로 번지고 있다. 보좌진 채용의 ‘불공정 사례’가 친인척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치권에선 친인척 채용은 ‘고전적 수법’으로 통한다. 보좌진 임면권을 100% 독점한 의원들의 편법 채용과 각종 갑질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일반인은 알기 힘든 ‘그들만의 먹이사슬’이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 지역 유지, 후원회장 자녀 특별채용 관행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3일 “친인척 채용보다 더 큰 문제는 지역 유지의 자녀나 친인척 등을 채용한 경우”라며 “웬만한 의원실의 보좌진 한둘은 지역 유지와 관계가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한 전직 의원은 “지역 유지나 후원회장이 선거를 음으로 양으로 도와준 뒤 자녀의 보좌진 채용을 부탁해 오면 거절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 19대 국회에선 새누리당의 한 의원이 지역구 기초단체장의 아들을 비서관으로 채용했다. 이 의원과 기초단체장이 서로를 지지할 수밖에 없도록 ‘채용 보험’을 든 셈이다. 의원끼리 의원 자신이나 지역 유지와 관계된 인사를 서로 채용해 주는 ‘품앗이 관행’도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친인척 채용이 ‘금수저 논란’을 자극해 국민감정을 건드리는 사안이라면, 지역 유지나 후원회장 등과의 ‘채용 유착’은 불법 선거운동 등 불법·탈법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친인척 보좌진 채용과 달리 이 경우는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아 전모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한편 3일에는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이 부인의 7촌 조카를 5급 비서관으로 채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같은 당 송기석 의원도 형수의 동생을 비서로 채용했다. “우리 당에는 친인척 보좌진이 없다”던 국민의당은 머쓱해졌다. 국민의당은 “민법상 친인척의 범위는 본인의 8촌, 배우자의 4촌 이내”라며 “부인의 7촌 조카나 형수의 동생은 ‘남’과 다름없다”고 항변했다. 조배숙 의원(전북 익산을)도 5촌 조카가 지역구 사무실에 5급 비서관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이날 당에 보고했다.
○ 보좌진 월급 빼먹기
의원들의 보좌진 ‘월급 빼먹기’도 곳곳에서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새누리당 이군현 의원은 3년여간 보좌진 급여 2억4400여만 원을 자신의 계좌로 돌려받아 보좌진 외 인력의 급여나 사무실 운영비로 사용해 오다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렇게 드러난 사건에는 확실한 제보자와 증거자료가 있다. 반면 의원이 보좌진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보좌진의 ‘월급 상납’은 묻히기 일쑤다.
19대 국회 당시 더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9급 비서의 월급 일부를 떼어 7급 수행비서의 ‘시간외수당’으로 지급했다고 한다. 또 6급 비서의 월급 일부는 지역구 사무실의 간사 월급으로 사용했다는 것.
정치권 일각에선 월급 일부를 상납받는 것은 그래도 양심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일부 의원들은 아예 ‘유령 보좌진’을 등록해 놓고 월급을 통째로 가로채기도 한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19대 국회 당시 지역구의 한 여성 당원을 보좌진으로 등록했으나 이 여성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총선에서 낙천한 의원들 가운데는 보좌진을 모두 교체해 두세 달 치 보좌진 월급을 착복한 사례도 있다.
○ 보좌진에 후원금 모금 할당도
일부 의원은 보좌관 5000만 원, 비서관 3000만 원 식으로 후원금 모금액을 할당하는 일도 있다. 의원 집에서 필요한 생필품을 사오도록 한 뒤 사무실 운영비나 후원금에서 지출하게 하는 의원도 있다.
2010년 3월 의원들은 법을 고쳐 5급 비서관 1명을 더 충원할 수 있도록 했다. 입법 활동을 보좌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상당수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일하는 기존 인력에게 5급 비서관 직책을 달아줬다. 국민 세금으로 의원들의 지역구 관리를 도와준 셈이다.
의원 한 명에게 지급되는 보좌진 인건비는 연간 4억4570여 만 원. 의원 300명에게 보좌진 인건비로만 1337억여 원의 세금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 돈을 누가 받는지, 이들이 제대로 받아 가는지는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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