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당권 경쟁이 본격 점화됐다. 범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이주영 의원은 3일 8·9전당대회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당 대표 출마 선언은 비박(비박근혜)계 김용태 의원에 이어 두 번째다.
당권 주자들이 속속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계파 갈등도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룰 전쟁’의 초점은 지도체제에서 ‘컷오프 도입’ 여부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친박계가 후보 교통정리를 위해 컷오프 도입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모바일 투표 도입 여부도 계파 갈등의 뇌관이다.
○ 원내대표 세번 낙선 이주영, 완주 의지
이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당권 도전을 선언하며 “새누리당은 중병이 걸렸음에도 치료할 생각조차 포기한 중환자와 같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계파 이익을 챙기려고 총선 패배의 원인을 제공한 인사들은 자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당면 과제를 누가 잘 해낼 수 있느냐를 봐야지 계파 시각에서 단일화를 운운하는 건 옳지 않다”며 완주 의지를 내비쳤다.
5선인 이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의 특보단장을 지냈다. 현 정부에서는 해양수산부 장관을 맡아 2014년 세월호 참사 수습에 나섰다. 친박계이면서도 계파색이 옅다는 게 강점이자 단점으로 꼽힌다. 비박계의 거부감은 적지만 최 의원이 직접 출마한다면 친박계 표를 흡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소외된 친박계’가 이 의원을 지원한다는 말도 나온다. 부산경남(PK) 출신 당권 주자라는 점, 원내대표 경선에서 세 번 낙선한 데 대한 동정론 등도 변수다.
전대 출마를 놓고 장고 중인 최 의원은 이르면 5일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한 재선 의원은 “최 의원 본인은 손사래를 치지만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최 의원의 역할이 절실하다”며 최 의원의 출마를 거듭 요청했다.
한편 김무성 전 대표의 고교 후배인 비박계 3선 강석호 의원은 이날 당내 갈등 해결사를 자임하며 당내에선 처음으로 최고위원 선거에 출사표를 냈다.
○ 친박 “컷오프 통해 후보 3, 4명 압축해야”
전대 룰 전쟁도 가시화할 조짐이다. 당초 일부 친박계에선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도입하기로 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대표-최고위원 분리 선출)안에 반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친박계 내부에선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무리하게 뒤집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의원은 이날 “계파 이익 때문에 전대 룰을 바꾼다면 반대”라고 말하는 등 대다수 당권 주자들이 대표-최고위원 분리 선출에 찬성하고 있다.
그 대신 친박계는 컷오프제 도입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친박계 한 재선 의원은 “당권 후보가 난립해 20∼30%대의 득표로 대표가 된다면 또다시 지도부가 ‘봉숭아학당’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컷오프를 통해 3, 4명의 후보로 압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비박계가 도입을 요구하는 당원 모바일투표에 대해서는 친박계가 반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정우택 의원은 “참여 확대라는 장점도 있지만 대리 투표나 동원 투표와 같은 매표(買票)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대 룰을 논의할 6일 의원총회에서 계파 갈등이 재점화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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