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훈]‘태풍의 눈’ 김영란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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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의 본명은 길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지 않는 한 이 법은 9월 28일 시행된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할 만큼 일부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러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 가깝게 김영란법 도입에 찬성했다. 부패를 뿌리 뽑을 수만 있다면 부작용은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헌재 고위 관계자도 “법 취지에 다수 국민이 동의하는데 일부 잘못이 있다고 위헌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벌써부터 진풍경이 벌어진다. 기업인들 수첩에서 10월 이후의 만찬이나 골프 약속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들다. 국회의원이나 공직자를 상대로 대관(對官) 업무를 하는 부서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저녁식사나 술을 대접하면 상한액(1인당 3만 원)을 넘기기 일쑤니 9월 27일까지만 약속을 잡고 서로 눈치만 본다고 한다. 10월 이후의 접대 대금을 미리 지급한 뒤 ‘선(先)결제 후(後)접대’하거나 추석이 낀 9월에 미리 송년회를 당겨 해버리자는 아이디어가 속출한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법 개정안을 발의할 뜻을 밝혔다. ‘부정청탁 금지’ 유형에서 국회의원을 제외함으로써 ‘입법 로비’를 사실상 허용한 조항을 삭제하고 국산 농·축·수산물은 수수금지 품목에서 제외하자는 것이다. 19대 국회 입법 때 당시 야당 김기식 의원 등이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집어넣은 반면 정작 국회의원은 선출직이라는 미명 아래 부정청탁 금지 유형에서 빼버려 비판을 받았다. 더욱이 법이 시행되면 연간 농·축·수산물 판매 손실액이 1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서까지 나온 바 있다.

▷최초 발의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법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 달라”고 했다. 이 법의 위헌 소지 등을 의식한 듯한 발언이다. 그러나 설혹 농어민이나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더라도 김영란법은 예고된 태풍처럼 우리 사회를 강타할 것이다. “청렴해지면 나라가 망하나”라는 주장에 더 많은 사람이 귀 기울이기 때문이다.
 
최영훈 수석논설위원 tao4@donga.com
#김영란법#국회#접대#부정청탁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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