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 원 지원을 결정한 ‘청와대 서별관회의’를 놓고 어제 국회에서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분식 의혹을 인지하고도 확인 없이 지원을 결정했다”며 그 증거로 지난해 10월 22일 서별관회의에 금융위원회가 제출한 ‘대우조선 정상화 지원 방안’ 문건을 제시했다. “대우조선에 감춰져 있던 5조 원 이상의 부실이 현재화돼 감리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고 적혀 있는데도 서별관회의가 무조건 정상화로 방향을 잡아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라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대우조선에 자금 지원을 결정한 회의 기록을 제출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발언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분식 혐의가 있다면 그 규모부터 밝혀 지원이나 퇴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별 감리를 실시해 대우조선의 부실을 밝힌 뒤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면 지금처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금융감독기관이 불법을 저지른 기업과 한통속이 된 것도 정상이랄 수 없다.
임 위원장 말대로 “서별관회의는 결정 기관이 아니고 관련 기관이 모여서 자유롭게 토의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비공식 회의체로 생겨난 서별관회의가 위기 극복에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명박 정부는 비밀주의로 일관했던 서별관회의를 ‘경제금융점검회의’로 공식화하고 회의 내용을 공개했다. 박근혜 정부가 이를 다시 밀실 비공식 회의체로 바꿔 국가 경제의 명운을 좌우하는 결정을 논하는 것을 정책 결정이 투명한 ‘책임 정부’라고 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구조조정은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다. 채권단도, 기획재정부도 아닌 ‘무한 권한, 무한 면책(免責)’의 서별관회의가 회의록 하나 남기지 않은 채 칼자루를 휘두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국회 연설에서 “구조조정은 시장 원리에 따라 기업과 채권단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도 어긋난다. 그러니 더민주당 민병두 의원 발언처럼 “매번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경제논리대로 문제를 풀어가지 않고 결정을 미루면서 결과적으로 사태를 악화시켜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일쑤”가 된 것이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주요 정책을 심의 조정하기 위한 차관급 이상의 회의에서는 회의록을 작성하도록 돼 있다. 어제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관계 법령을 검토해 꼭 필요하다면 회의록을 작성하겠다”고 밝힌 것도 문제를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달 말 황찬현 감사원장도 서별관회의 결정에 대해 “위법 부당한 것이면 감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 전반을 책임지고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되 권위주의 시대 밀실 담합을 연상시키는 서별관회의는 폐지가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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