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8일 새누리당 소속 의원 129명 전원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연다. 여당 의원 전원을 초청하는 것은 취임 이후 세 번째이며 지난해 8월 오찬 이후 11개월 만이다.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가 당을 아랫사람 대하듯 하는 바람에 당청관계가 삐걱거리던 터에 모처럼 소통의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할 일이다.
지난해 오찬에서 보듯, 자리의 성격상 대통령과 의원들 사이에 깊은 소통이 이루어지긴 어렵다. 덕담이나 하다가 식사 한 끼 하고 끝날 공산이 크다. 4·13총선 참패 이후 처음인 이번 오찬에 임하는 박 대통령의 자세부터 달라져야 한다. 당청관계의 악화가 패인 중 하나였던 만큼 박 대통령이 보다 진솔하게 소통해야 한다. ‘수평적인 당청관계’로 전환하겠다는 언급이 있으면 더욱 좋다. 무엇보다 유승민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에게도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것이 쪼개진 여권(與圈)의 난맥상을 걱정하는 국민에 대한 도리다.
그럼에도 총선 이후 첫 오찬이 꼭 여당이어야 했느냐는 아쉬움은 남는다. 여소야대(與小野大)를 만든 총선 민의는 대통령과 야당의 협치(協治)를 요구한 것이다. 박 대통령도 지난달 국회 개원 연설에서 “국민이 20대 국회에 바라는 것은 화합과 협치”라며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국회를 존중하겠다”고 했다. 국회 권력이 야당으로 넘어간 만큼 야당을 먼저 초청했더라면 20대 국회의 새 출발을 알리는 기념비를 만들 수도 있었다.
청와대는 야당 의원 전원을 초청한 전례가 없다며 국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다음 달 초청하겠다고 했다. 취임 후 박 대통령은 2013년 4월 당시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문희상 의원 등 야당 지도부를 딱 한 번 단독으로 초청했을 뿐이다. 그 외는 여당 지도부와 함께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8회,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은 각각 2, 3회 야당 지도부와 단독으로 만났다. 야당 의원 전체가 힘들면 지도부라도 단독으로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눠야 협치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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