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일 내놓은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을 두고 핵심은 건드리지 못한 채 곁가지 위주의 기존 정책만 되풀이했다는 평가가 많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이해관계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민감하지 않은 정책 위주로 대책을 마련하다 보니 빚어진 결과다.
이번에 나온 서비스 발전대책의 상세 보고서 분량은 118쪽에 이른다. 정책의 가짓수는 많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거 정책들이 재탕 또는 삼탕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실제 7대 유망서비스업 육성대책 상당수는 과거 현오석, 최경환 경제부총리 시절에 발표한 서비스 대책들에 들어 있던 것들이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강조한 ‘서비스업종에 대한 제조업 수준의 세제 지원’은 2013년 ‘서비스산업 정책 추진방향 및 1단계 대책’에 그대로 담겨 있었고 이번에는 지원대상에 경영 컨설팅 등 일부 업종만 추가됐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부총리가 바뀔 때마다 야심 차게 서비스 대책을 내놓지만 막상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없다 보니 기존 것을 조금씩 바꿔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선택과 집중’이 안 되다 보니 정책 발표 이후 후속조치와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14년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복합리조트 설립을 대대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2년이 지난 현재 관련 사업은 삐걱대고 있다. 1호 복합리조트인 리포&시저스(LOCZ)의 영종도 카지노복합리조트의 경우 지분 60%를 갖고 있는 리포그룹이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코리아 둘레길 조성, 콘서트·공연 정보 데이터베이스(DB)화 등을 관광대책으로 내놨는데 막상 그것보다 더 시급한 것은 복합리조트 사업에 대한 후속조치”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여전히 장밋빛 전망만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해당 정책들이 차질 없이 추진되면 2020년까지 서비스산업에서만 추가적으로 취업자 수를 25만 명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취업자 증가 폭이 20만 명대로 둔화되고 청년실업률이 10%대 이상으로 치솟는 상황에서 정부의 구상만 현실이 된다면 일자리 사정은 크게 개선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일자리 전망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점이 문제다.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산업연관 분석을 통해 단순하게 계산한 숫자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대책의 상당수는 이번 대책에 빠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검토됐다 좌초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허용이나 법무시장 개방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도서 벽지 등 의료 사각지대의 원격의료 허용은 이번 대책에 포함됐지만 의료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의료법의 개정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새로운 대책을 내놓기에 앞서 과거 서비스산업 육성 정책들에 대한 효과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경환 부총리 시절인 2014년 8월 정부는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2017년까지 18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실제 얼마나 일자리가 만들어졌는지 등에 대해서는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만큼 무리하게 새로운 것처럼 정책을 포장해 내놓기보다는 기존에 내놨던 정책이나 국회에 계류된 법안 통과에 전력을 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핵심 정책을 몇 개 선정한 후 이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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