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병원인데… 학교법인 소속 세브란스 의사는 규제, 공익재단 삼성서울은 제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6일 03시 00분


[김영란法 필요하지만 이대론 안된다]<1> 걸면 걸리는 모호한 규정
법률가도 헷갈리는 과태료

대식가인 공무원 C 씨는 2016년 10월 연구용역을 의뢰한 기업 직원 D 씨와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C 씨는 5만 원짜리 양고기 스테이크를 먹고 다이어트 중인 D 씨는 9000원짜리 감자 수프만 먹었다고 할 때 C 씨가 과태료 대상인지 모호하다. 형식적인 계산으로 n분의 1로 나누면 식사비 상한액인 3만 원을 넘지 않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모호한 법 적용을 둘러싸고 일어날 수 있는 가상 사례다. 김영란법은 제5조 1항에 할 수 없는 15가지 사례를 적시하고, 같은 조 2항에는 할 수 있는 7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일반 국민은 이 조항을 보고 자기 행위가 법적으로 허용되는지 아닌지,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제재 대상이 되는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하지만 이것이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 ‘무엇이 죄인지’ 모르는 규제의 모호성

대기업 홍보팀 A 씨는 오래전 출입하며 친하게 지냈던 기자 B 씨를 만나 저녁을 함께했다. 술고래인 A 씨는 B 씨가 건강상의 이유로 술을 안 마신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혼자라도 반주하겠다며 2만8000원짜리 요리와 5만 원어치 술을 시켰다. B 씨는 자기는 술을 마시지 않고 요리만 먹었기 때문에 사실상 1만4000원의 접대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김영란법은 3만 원의 식사비 상한액을 정하면서 단체식사 때는 총금액을 참석자 수로 나눠 n분의 1로 계산한다. 권익위는 B 씨가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증명이 있으면 된다고 하지만 모든 술자리에서 자신이 술을 안 마셨다는 인증샷을 찍기는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의료계에서는 의료종사자에게 의약품의 채택·처방 유도 등을 청탁하는 것이 부정청탁 유형 15가지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모호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권익위는 계약직도 대상이라고 했지만 개인병원을 운영하며 대학병원 협업교수로 출강하는 의사는 부정청탁 대상에 포함되는지도 모호하다. 국민이 일일이 권익위에 유권해석을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문가들은 금품 및 이익에 대한 규정도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김영란법은 규제 금품으로 금전이나 유가증권, 부동산은 물론이고 숙박권, 초대권, 관람권, 골프 접대 등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을 망라하고 있지만 개별 상황이 불명확하다는 점이 문제다.

예를 들어 객관적인 가격이 영수증으로 처리되는 골프 접대는 규제가 명료하지만 사회통념상 접대로 평가될 수 있는 요트 낚시는 편법으로 빠져나갈 공산이 크다.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왕 낚시 나가는 요트에 동석했다면 항공료나 택시비처럼 지불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적 이익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학부모가 자녀 생일잔치 때 같은 반 아이들과 그의 부모, 선생님을 무작위로 초대해 참치회와 랍스터 등을 동일하게 대접했을 때 선생님이 처벌을 안 받으려면 일일이 원가를 물어보고 신고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김영란법을 엄격하게 해석하면 같은 반 학부모 가운데 언론인이나 다른 학교 선생님이 있어도 자신의 밥값을 일일이 따져봐야 한다.

이 밖에 공무원이 외부 강의를 나간 곳이 연찬회장이었을 때 행사에서 제공된 뷔페도 강의료에 합산해야 하는지, 뷔페에서 제공된 고급 포도주를 마시지 않았다면 이를 신고해야 하는지 등 개별 사안에서 무엇이 금지된 행위이고 무엇이 예외에 해당하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 3년 동안 자르고 덧입힌 ‘누더기 법안’


정부가 밝힌 김영란법 적용 대상은 당사자와 배우자를 포함해 400만 명에 이르지만 구체적인 규제 대상이 어디까지인지는 애초 원안(정부안) 때부터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논란 끝에 인허가 등 15가지 행위 유형을 금지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부정청탁 항목을 열거한 조항만으로는 개별 사례를 모두 포괄할 수 없고 적용 기준이 모호해 죄형법정주의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이 많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 조항만 봐서는 허용되는 이익 수수가 어떤 것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고 금지와 허용의 경계선이 불명확하다”고 밝혔다.

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진행 중인 대한변호사협회 강신업 공보이사는 “그때그때 애매한 부분은 판례를 따를 수밖에 없는데 대법원에서 규제 대상 범위에 대한 판례가 축적되기까지 국민은 불안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민이 상식에 맞게 행동하면 사법 판단을 받지 않아야 하는데, 일일이 법 위반인지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은 옳은 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 자문단 명단 가나다순 ::

강신업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김상겸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 김용철 한국반부패정책학회장, 김주영 명지대 법학과 교수, 김현용 수산경제연구원 연구실장,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호상 국립극장장,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이병규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재완 대진여고 교사, 임영호 한국화훼협회장,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홍정수 기자
#김영란법#규정#정부#모호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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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추천 많은 댓글

  • 2016-07-06 07:11:48

    참 복잡하게 생각하네. 뭐가 모호하다는 건가. 이해관계가 성립하는 사이에서는 선물도 하지 말고 사례도 하지말고 대접도 하지 말고… 그러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 것 없이 정상적으로 원칙대로 돌아가는 사회가 투명한 사회고 선진사회아닌가.

  • 2016-07-06 09:02:34

    그냥 니돈들 내고 드세요...거지 새끼마냥 얻어먹지말고...못얻어먹어서 억울해서 죽네...ㅋㅋ 세미나가서 2만원짜리 도시락먹어도 훌륭한데...무슨 5만원짜리 스테이크 ㅋㅋㅋㅋ 참으로 어이없고 기가막힌다.. 제발 자기돈내고 밥좀 쳐드세요...얻어쳐먹지만 말고요..

  • 2016-07-06 07:19:50

    일반인, 기업안들은 세미나에 내 돈 내고 참석한다. 왜 의사들은 제약설명회에 지들 돈 안내고 접대받으면서 참석해야하나? 이 자체가 말이 안되는거다. 기자가 정상 사고방식을 모르는 듯. 기자들 밥값은 지금껏 지들이 안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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