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法 필요하지만 이대론 안된다]김용철 反부패정책학회장이 본 김영란법
法 취지 옳지만 출발부터 꼬여 선진국처럼 대상 명확히 해야
“애초에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을 명확히 규정하고 시작했어야 하는데 출발부터 꼬여 버렸습니다.”
김용철 한국반부패정책학회장(51·사진)은 5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9월 28일부터 시행될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이 모호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반부패 연구 전문가인 김 회장은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로 현재 아시아태평양지역 반부패 지도자 포럼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과거 대통령 부패방지위원회 전문위원, 대통령 국가청렴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지냈다.
김 회장은 “김영란법의 본래 취지는 공직자들의 뇌물 수수와 인사 청탁을 막는 것이었다”며 “언론인과 사립학교 임직원 등 민간 영역까지 포함되면서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해졌다”고 밝혔다. 또 “정작 포함되어야 할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은 제외되고 결과적으로 중하위직 공무원과 평범한 일반 시민들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 같은 적용 대상의 모호성이 법 집행에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고 장차 법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상자 범위가 모호하고 너무 넓다 보니 결국 재수가 없는 사람만 적발되고 운 좋은 사람은 빠져나가는 식의 인식이 생길 수 있다”며 “이런 경우 법 제도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적용 대상이 모호하면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접근할 여지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김 회장은 ‘적용 대상의 명확성’을 해외 선진국의 반부패 제도와 김영란법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았다. 김 회장은 “미국, 영국, 스위스 등 반부패 선진국들은 통상 반부패법의 법적 대상자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며 “선진국은 단순히 처벌만을 강조하지 않고 반부패 교육과 예방에 대한 내용도 법에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란법의 기본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과잉 입법을 우려했다. 김 회장은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패 문화를 바꾸고 청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사회윤리 측면에서 접근할 문제를 법으로 일일이 규제하면 사회 구성원 간의 관계가 경직되고 상호 신뢰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교육과 의식 개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부패를 근절하려면 결국 의식과 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반부패 교육을 통해 청렴의지가 국민의 가치관 속에 반드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법적인 처벌만으로는 청렴 사회를 구현하기에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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