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경환 불출마에도 친박은 패권주의 미련 못 버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7일 00시 00분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좌장 격인 최경환 의원이 어제 ‘8·9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최 의원은 “당의 화합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면서도 “지난 총선에서 저는 최고위원은커녕 공천관리위원회 구성과 공천 절차에 관여도 할 수 없었던 평의원 신분이었다”고 강조함으로써 4·13총선 패배 책임을 부인했다. 친박 대부분이 공유하는 생각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최 의원의 당 대표 불출마 선언으로 친박계 당권 장악에 빨간불이 켜지자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 추대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일 리 없다.

최 의원이 실제 공천에 얼마나 개입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총선 당시에도 그는 친박 좌장이었다. TK(대구경북) 지역을 돌아다니며 ‘진박(진실한 친박) 마케팅’을 벌인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똑똑히 기억한다. 오죽하면 일찌감치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친박 이주영 의원조차 “공천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가장 큰 패착 원인이었다”고 친박의 책임을 인정하며 “계파 청산과 당의 화합적 융합을 위한 용광로가 되어줄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겠는가.

그런데도 조원진 김태흠 의원 등 친박계 14명이 5일 서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방으로 찾아가 전당대회 출마를 ‘강권’한 것은 당권을 비박(비박근혜)계에 넘겨줄 순 없다는 패권주의적 행태다. 서 의원은 “이 나이에 그걸 뭐하려고 하겠나”고 고사했지만 친박계의 끈질긴 ‘릴레이 설득’에 ‘추대 형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친박은 주류 홍문종 의원에게 불출마를 요청한 데 이어 이주영 의원이나 출마 선언 예정인 이정현 의원에게도 ‘단일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서 의원이든 누구든 당 대표 경선에 친박계 한 사람이 비박계 후보들과 격돌을 한다면 친박 대 비박의 대결은 계속될 것이 뻔하다. 그러지 않아도 새누리당의 내부 총질에 넌더리 난 국민을 또 한 번 열받게 만드는 일이다. 총선 패배 후 ‘보수 혁신’을 위한 반성과 공부는커녕 계파 간 세력싸움과 ‘패거리 정치’를 계속하는 데 전통적 보수계층도 염증을 내고 있다. 친박이든 비박이든 꼬리표 떼고 개인 자격으로 나와 새누리당과 보수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치열하되 공정한 자유투표로 선택받아야 한다는 내부 소리가 왜 안 나오는 건가.

최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서 의원의 출마 고사는 현재 권력에서 미래 권력으로 한 시대가 서서히 바뀌는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의미다. ‘꼴박(꼴통 친박)’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강성 친박들은 대선 과정에서도 알량한 당내 다수의 머릿수를 계산하면서 총선 때와 같이 패권주의를 휘두르려 하겠지만 무망한 시도일 뿐이다. 당내 분란만 초래해 여당의 재집권만 어렵게 만들 것이고, 내년 대선에서 야당의 집권을 돕는 결과로 직결돼 친노(친노무현)계처럼 ‘폐족의 낙인’만 찍힐 공산이 크다. 친박은 물론 청와대에서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패권주의에 미련을 버려야 한다.
#새누리당#친박#최경환 불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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