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북한 매춘과 마약의 충격 실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7일 03시 00분


북한 나진선봉시의 한 노래방. 넓은 곳에서 음주를 즐길 수 있게 돼 있다. 출처: 중국 관광객 블로그
북한 나진선봉시의 한 노래방. 넓은 곳에서 음주를 즐길 수 있게 돼 있다. 출처: 중국 관광객 블로그
주성하 기자
주성하 기자
이 글은 북한의 가장 어두침침한 곳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방인들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고 오직 현지인들만 알 수 있는 북한의 그 어두운 곳에선 매춘과 마약이 일상화돼 있다.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평양에만 한정된 사람들에겐 어쩌면 충격적일 수도 있다.

지난해 여름 북한 제2의 도시 함북 청진을 떠나 탈북한 A 씨는 그곳의 매춘 실태에 대해 이렇게 증언했다.

“오후 10시가 넘어 수남시장에서 도립극장까지 중심도로 옆 작은 2차로를 걸어오다 보면 어둠 속에 여성들이 쭉 늘어서 있습니다. 모두 몸 팔러 나온 여성들이죠. 10리(약 4km) 넘는 구간에 이런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셀 수 없이 많아요. 가격은 인물과 나이에 따라 결정됩니다. 일반적으로 중국돈 50위안(약 8700원)인데 40대 이상이면 30위안, 고운 처녀는 100위안을 받기도 합니다. 흥정이 이뤄지면 인근 가정집에 들어갑니다. 장소를 빌려주고 세를 받는 집도 많습니다. 남자가 기분 내키면 술과 안주를 사와 함께 먹기도 합니다. 콘돔 그런 건 없습니다. 북한 남자들 아직 그걸 모릅니다. 여성이 피임수술을 할 뿐이죠. 검사를 잘 안 하니까 매독 같은 성병이 정말 많이 퍼져 있습니다.”

중국돈 50위안이면 한 명이 한 달 먹고살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꽤 큰돈이다. 여성들은 이 돈을 받아 집세를 내고, 수시로 단속한다며 접근하는 보안원(경찰)에게 뇌물도 준다.

매춘은 거리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요즘 북한엔 ‘카라오케이’라고 불리는 노래방이 많아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번창하다가 단속 때문에 위축됐는데 요즘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이곳에서 노래만 부르면 1시간에 중국돈 3위안이다. 그런데 ‘가수’라고 불리는 여성을 부르면 시간당 4위안이 추가된다. 노래방 도우미인 셈이다.

“매춘하는 여자들은 대개 마약을 하고 나옵니다. 얼음이라고 부르는 마약(필로폰)은 1g에 50위안 정도인데 이 정도면 10번 넘게 흡입할 수 있습니다. 마약을 해야 밤에 자지 않고 버틸 수 있을 뿐 아니라 낯선 남자 앞에서도 부끄러움을 잊는다고 하더군요.”

북한에서 필로폰(히로뽕)은 과거 함흥 지역에서 만들어졌지만 제조기술이 이젠 청진 등 다른 도시들에도 퍼졌다. 아주 작은 필로폰 덩이를 은박지에 올려놓고 아래에 불을 붙이면 수은과 흡사한 액체로 변해 돌돌 구르면서 연기를 내뿜는데, 이걸 빨대로 흡입한다. 김일성 얼굴이 들어간 빳빳한 북한 지폐를 돌돌 말면 빨대로는 제격이라고 한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마약은 보통 중산층 이상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런데 얼음의 중독성은 생각보다 낮은 것 같다. A 씨도 북에선 오랫동안 필로폰을 흡입했지만 한국에 오니 그게 없어도 아무 영향이 없다고 했다. 그는 담배보다 훨씬 끊기 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내가 만난 최근 탈북자 중에 북에서 얼음을 해봤다는 사람이 꽤 있지만 이들 중 중독 때문에 남쪽에서 고생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얼음은 의외로 여성들이 더 많이 합니다. 돈을 버는 사람이 주로 여성이다 보니 가정 경제권이 여성에게 완전히 넘어갔기 때문이죠. 청진에는 여자를 도와 밥을 해주고 애를 보는 남자들이 절반은 될 겁니다.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사라졌는데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려면 아줌마들이 더 잘하지…. 남자들이 낄 곳이 없습니다. 남자들은 아내가 장사할 때 짐을 날라 주고, 보호해 주고 그런 역할만 있어도 다행인 거죠.”

20년 전에 비해 완전히 달라진 풍경이다. 북한에는 가부장적 사고방식이 오랫동안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6·25전쟁을 겪은 뒤 남자가 귀해지면서 여자가 절대복종하게 됐다는 설도 있다.

청진이 있는 함경도 지역은 남성우월주의가 특히 강한 곳이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만 해도 남자들은 돈도 못 벌면서 아내에게 큰소리를 치고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가정에서 큰소리치는 남성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이 글은 A 씨의 증언에 기초해 쓰는 것이지만, 다른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신의주나 원산 등 북한의 다른 주요 도시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남쪽 사람들에게 북한의 이미지가 대개 평양에 한정돼 있는 것은 이방인들이 가서 사진 찍을 수 있는 곳은 주로 그곳뿐이고 방문 시기조차 대개 특별행사 기간으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평양 시민들은 태어나서부터 거대한 세트장에서 사는 것이 적합하도록 군인처럼 질서정연하게 훈련돼 있다는 사실은 안다. 그러나 그런 평양도 가로등이 꺼지고, 도시가 어둠에 묻히면 많은 집에서 마약 연기가 솔솔 피어오르고, 매춘하는 여성들이 거리를 유령처럼 떠돈다는 것은 잘 모른다. 오늘밤도 그럴 것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북한 매춘#북한 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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