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대표소송’ 외국투기자본에 악용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8일 03시 00분


[기업 옥죄는 20대 국회]모회사 주주, 자회사에 소송 자격
악의적 소송으로 주가 떨어뜨린 뒤 헐값매입후 취하… 차익 챙길수도
일각 “대기업총수 견제장치 필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다중대표소송제’ 등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한 상법 개정안을 4일 대표 발의한 이후 재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란 모회사 주식 1% 이상을 가진 주주가 부정행위를 저지른 자회사의 경영진에 대해 책임을 묻는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주회사는 모회사 주식 1%만 소유하면 손자회사와 증손회사의 경영진을 상대로도 소송을 낼 수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는 ‘상법 개정안을 빌미로 외국계 투기자본이 침투해 상장사들의 경영권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지주회사의 지분 1.5%만 갖고 있는 외국계 펀드가 자회사나 손자회사의 경영진에 대해 악의적 소송을 제기하고 이를 통해 경영권에 개입할 수 있다. 소송을 제기한 뒤 모회사나 자회사의 주가가 하락하면 이를 사들인 뒤 소송을 취하하는 방식으로 단기차익을 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소버린펀드와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국내 대기업을 상대로 벌인 경영권 위협 상황이 비일비재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이 이 제도를 법제화했으나 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한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다중대표소송제는 소수 주주를 보호하기보다 남용될 위험이 더 크다”며 “특히 국내 기업 중에는 외국인 지분이 과반인 곳이 적지 않아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경영권 방어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상법 개정안에는 △사주조합이 추천하는 1명을 의무적으로 사외이사 추천위원회 위원으로 포함시키는 조항 △소액주주의 권익을 높이기 위한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 의무화 도입 등도 포함됐으며 이 또한 재계에서는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비리 의혹과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감안했을 때 대기업 총수나 대주주에 대한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일각에서 존재해 국회에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다중대표소송#김종인#주식#상법 개정안#대우조선#롯데#대주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