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도 들썩… 나경원 “역할 고민할것” 출마 시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8일 03시 00분


당권 주자들 “친박 패권주의” 공세… 김용태 “서청원 출마해 심판 받아라”

나경원 의원
나경원 의원
새누리당 8·9전당대회에 친박(친박근혜)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8선)의 출마가 기정사실화하면서 계파 갈등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7일 비박(비박근혜)계 당권 주자들은 일제히 “계파 정치를 하자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하지만 비박계 당권 주자들의 속내는 다르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의 전날 불출마 선언으로 ‘친박 책임론’을 주장하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서 의원이 나설 경우 ‘친박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각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비박계 당권 주자인 김용태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지금 상황은 친박 패권이 당을 이끌어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이는 것 같다”며 “서 의원은 경선에 당당히 맞서라. 당원들과 국민들께 떳떳하게 심판받자고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언제까지 당내 패권주의에 매몰될 것이냐”며 “(서 의원은) 뜸들이지 말고 하루빨리 출마를 선언해 당당히 심판받으라”고 요구했다.

10일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할 정병국 의원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친박계가) 비겁하고 천박하다고 본다”며 “말로는 계파 청산하겠다면서 우리가 아니면 안 된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날 정 의원은 “(서 의원의 출마가) 크게 판을 흔드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비박계뿐만 아니라 친박계와도 단일화가 왜 안 되겠느냐”며 같은 경기도 출신 당권 주자로 꼽히는 친박계 홍문종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정 의원 외에 나경원 의원의 등판 가능성도 제기된다. 나 의원은 통화에서 “서 의원의 출마가 당의 변화를 보여주는 데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며 “서 의원이 출마한다면 (당 대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내 역할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출마할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된다.

비박계에선 최 의원이 서 의원을 내세워 당권을 잡은 뒤 내년 대선 경선을 친박계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혜훈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닭 대신 꿩 식으로 몰려가 ‘출마해 달라, 우리 계파가 당권을 잡아야 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비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새누리당#8·9전당대회#나경원#비박#김용태#서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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