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좌파 진영서 주도한 행사 참석 “미래세대 위해 생각해봐야”
내년 대선 양극화 이슈 선점 의도
유럽서도 비현실적 정책 평가… 학계 “한국선 무리”… 논란 커질 듯
더민주, 건강보험법 개정안 발의 “직장-지역 구분없이 소득기준 부과”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진보 진영에서도 가장 극단에 있는 개념으로 평가받는 ‘기본소득’을 화두로 던지고 있다. 김 대표는 7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열린 ‘제16차 기본소득 지구네트워크 대회’에 참석해 “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우리나라 의회에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을 처음 소개했다”며 “지금 기본소득 얘기를 하면 ‘저 사람 정신 나가지 않았느냐’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개념이다”라고 말했다. ‘기본소득 지구네트워크’는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전 세계 23개국 연구가와 활동가들의 모임이다.
○ 새누리―국민의당과 차별화 전략
기본소득은 내수 침체, 소득 불평등, 일자리 감소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기도 하지만,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의 결정판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핀란드, 네덜란드 등 주로 북유럽 국가에서 도입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스위스에서는 기본소득 300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해 반대 76.9%, 찬성 23.1%로 부결됐다.
그럼에도 김 대표가 연일 기본소득을 강조하는 것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2년 대선과 올해 4·13총선에서 ‘경제민주화’ 담론을 통해 이슈를 선점했던 것처럼 ‘기본소득론’을 통해 내년 대선에서 양극화 이슈를 주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국민 피부에 와 닿는 경제 이슈를 통해 당내 문제에 발목을 잡혀 있는 새누리당이나 국민의당과 차별화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 앞서 김 대표는 국회에서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와 만나 양극화와 포용적 성장론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더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행사가 국내 좌파 진영이 주도한 행사라는 것을 감안하면, 참석 자체가 무척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본소득을 계속 내세우는 건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민주화 담론에 기본소득을 연결하는 건 무리한 개념 확장이라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복지 지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0% 이상인 서유럽 국가에서도 비현실적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진보적 사회복지 학자들조차 반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적 안전망이 충분하지 않는 나라에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복지 혜택이 오히려 줄어드는 계층도 상당할 수 있다”며 “한꺼번에 기본 소득을 주는 것보다는 연금, 건강보험 등 각각의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고 말했다.
○ 건강보험료 불평등 개선 법안도 발의
더민주당은 이날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는 사용자가 보험료 절반을 부담해 주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 외에 재산, 자동차, 성별, 나이를 토대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어 ‘소득 없는 은퇴자’의 부담이 더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 직장가입자들은 장인, 장모, 시부모까지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어 무임승차자가 많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변재일 더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개정안은 직장, 지역, 피부양자 같은 차별적 구분을 폐지하고 모든 가입자에게 공평하게 소득을 중심으로 부과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고소득층의 반발을 우려해 개편이 지연됐는데, 4·13총선에서 3당이 함께 공약한 만큼 국회 논의에 동참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상호 더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소속 초선 의원 57명 중 29명과 간담회를 갖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 주의 △보좌진과의 좋은 관계 유지 △지역구 후원자 관리 유의 등을 당부했다.
:: 기본소득 ::
자산, 소득 수준, 노동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 금액을 모든 국민에게 제공하자는 복지제도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앙드레 고르는 ‘경제이성비판’을 통해 생산력이 늘수록 임금이 점점 적어지기 때문에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선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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