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어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한미는 공동 발표문에서 “북한의 핵,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미동맹의 군사력을 보장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배치 지역은 빠르면 이달 안에 결정되고 실제 배치는 내년 말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북한은 1월 4차 핵실험에 이어 중거리탄도미사일까지 잇따라 발사하며 핵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북이 보유한 1000여 기의 탄도미사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려면 사드 도입이 불가피하다. 효율성 논란도 있으나 사드는 지금까지 11번 요격 시험에 모두 성공했다. 사드 1개 포대는 남한의 절반에서 3분의 2에 해당하는 범위에 걸쳐 북의 스커드, 노동, 무수단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한미는 주변국의 반발을 우려해 “사드가 어떠한 제3국도 지향하지 않고 오직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만 운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동북아에서 미사일방어(MD) 체계를 강화해 두 나라를 견제하려는 것으로 의심하고 즉각 강한 반대를 표명했다. 정부는 외교력을 발휘해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로 치닫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자위권적 조치를 외세의 간섭 때문에 포기할 순 없다.
국내의 반대 기류도 심상치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드 배치에 큰 반대를 하지 않았지만 ‘안보에선 보수’를 자임하던 국민의당에서 반대 당론을 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의당도 도입 철회를 요구했다. 국방부 앞에선 사드 도입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사드 배치 후보로 거론되는 지역에선 자치단체와 정치인들이 우리 지역엔 안 된다고 반대하는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배치 지역이 결정되면 반미 친북 세력과 전문 시위꾼들이 해당 지역에 집결해 주민을 선동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제주 강정마을에서 벌어진 공권력과의 대치, 지역사회 분열 등이 재연되지 않게 정부가 주민들을 사전에 설득하고 적절한 보상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보복을 하거나 대북 제재에서 발을 뺄 경우 한중 관계가 훼손되고 동북아 정세도 요동칠 우려가 없지 않다. 여기에 국론 분열까지 겹친다면 북의 김정은에게만 좋은 일을 시켜주는 셈이 된다. 소모적 논쟁이 번지지 않으려면 사드 배치 지역 발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과 정치권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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