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8일 밝힌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후보지 선정 기준은 군사적 효용성과 요격 성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지, 또 주민 안전과 환경을 보존할 수 있는지 여부다. 유사시 북한의 타격 위협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서 대한민국과 주한미군 전력을 방어하되 지역 주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지역을 고르겠다는 것이다.
“한미동맹 방어능력 강화”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오른쪽)과 토머스 밴들 주한 미8군사령관이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늦어도 내년
말까지 사드 배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한미 공동실무단은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과 신형방사포(KN-09)의 사드 기지 공격 상황에 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사드의 방어 범위, 후보지 현지 답사 등을 거쳐 최적 배치 지역 1곳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달 안에 최종 발표할 때까지 언급할 수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군 관계자는 “사드 배치 지역은 군사보안 차원에서 시(市)나 군(郡) 수준에서 발표할 것”이라며 “사드는 견고한 암반지역에 배치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드 레이더와 요격미사일이 탑재된 포대가 산악지역에 배치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드의 방어 범위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포함됐는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사드의 최대 사거리(약 200km) 내 수도권 포함 여부가 배치 지역을 가늠하는 주요 단서인 데다 사드의 효용성과도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은 이에 대해 언급을 자제했다. 다만 국방부 관계자는 “사드 배치 지역 등에 대한 최종 발표 때 수도권 방어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방어를 위해 사드 체계만 운용하는 게 아니다. 한미 양국군이 보유한 패트리엇(PAC-2, PAC-3) 요격미사일과 사드 체계를 상호 보완적으로 운용하면 (북 핵미사일) 방어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은 경기 평택시, 전북 군산시 등 주한 미 공군기지와 서울 인근 한국군 기지에 배치돼 있다.
따라서 이 언급은 사드가 수도권의 방어 범위에서 벗어난 지역에 배치될 개연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공동실무단이 사드 배치의 최적 후보지로 평가한 경북 칠곡지역을 포함해 수도권에서 200km 이상 떨어진 지역에 사드를 배치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발표 전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사드의 안보적 필요성과 안전 환경 문제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의 반대가 거세지면서 ‘사드 후폭풍’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그간 군 당국은 한미 공동실무단의 사드 협의 내용을 일절 비공개에 부쳤다. 배치 지역과 시기 등 민감한 사안들이 사전에 공개되면 국가안보와 군에 미칠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최근 국회 대정부 질의 답변에서 “사드 배치 지역 등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인권 유린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리는 등 대북 초강수에 나서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사드 배치 논의를 가속화할 필요성에 한미 양국이 교감한 것으로 보인다. 또 사드 이슈가 민심 이반과 정권 부담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최단 시간 내에 사드 문제를 마무리 짓겠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와 군 당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위를 보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없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 사드 배치 결정이 주변국이 개입할 수 없는 주권적 차원의 사안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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