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의논합시다”… 유승민에 ‘소통의 손’ 내민 朴대통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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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의원 전원 靑초청 오찬

‘화합 상징’ 분홍색 재킷 입은 朴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 
전원과의 오찬에 앞서 참석자들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배신의 정치’ 대상으로 지목했던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모든 의원과 악수하며 대화를 나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화합 상징’ 분홍색 재킷 입은 朴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 전원과의 오찬에 앞서 참석자들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배신의 정치’ 대상으로 지목했던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모든 의원과 악수하며 대화를 나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8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의원들의 오찬은 철저히 ‘여권의 단합’에 초점이 맞춰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배신의 정치”로 지목했던 유승민 의원,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벌어진 계파 갈등의 한 축이었던 김무성 전 대표와도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눴다.
○ 박 대통령, 배웅길에 “공항 문제 애써 달라”

이날 낮 12시부터 진행된 오찬에서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지도부와 헤드테이블에 앉고, 다른 의원들은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자리가 마련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분홍색 재킷에 회색 바지 정장 차림이었다. 5월 13일 청와대에서 이뤄진 3당 원내지도부와의 회동, 지난달 13일 국회 개원연설 때와 같은 복장으로 화합과 소통을 강조하기 위한 옷차림으로 보인다.

이날 행사에서 새누리당은 정진석 원내대표 등 의원 126명(3명 불참)과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한 원외 비대위원 6명 등 총 132명이 참석했다. 오찬 메뉴는 중식, 건배 음료는 포도주스였다. 선물로 대통령 시계를 의원 1인당 5세트씩 준비하기도 했다.

식사는 오후 1시 27분에 끝났지만 박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짧은 대화를 하면서 배웅하는 데 1시간 18분이 걸렸다. 지상욱 의원 등 젊은 의원들은 박 대통령과 휴대전화로 ‘셀카’ 사진을 찍기도 했고, 정운천 의원은 ‘힘내시라’는 내용을 적은 쪽지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일종의 스탠딩 개별 접견 형태였다”고 전했다. 파격적 형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장면은 박 대통령과 유승민 의원의 만남이었다. 4·13총선을 앞두고 유 의원 공천 문제로 당은 내홍을 겪었고, 총선 이후에는 유 의원 복당 문제로 당청 관계가 냉각됐다. 이날은 지난해 유 의원이 원내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다른 참석자들보다 비교적 긴 약 35초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눴다고 새누리당 민경욱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먼저 “오랜만에 만난다”며 말을 건네자 유 의원도 “오랜만에 인사드린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대구에 K2 (공군) 비행장 옮기시는 게 큰 과제이겠다. 신공항 문제로도 어려울 텐데 애써 달라.”

▽유 의원=“지혜롭게 잘하겠다.”

▽박 대통령=“항상 같이 의논하면서 잘하자.”

총선 공천 과정에서 이른바 ‘옥새 파동’까지 벌였던 김무성 전 대표와도 여름휴가 계획 등을 주제로 덕담을 나눴다고 한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정말 정성을 다해서 의원들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위해 세심하게 준비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마디로 완벽한 회동이었다”고 평가했다.

정 원내대표는 회동 전날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소주 만찬’을 하기도 했다. 회동에 대한 사전 조율을 치밀하게 청와대와 했다는 얘기다.


○ 수면으로 떠오른 ‘광복절 특사’ 논의


이날 정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광복절 특별사면을 제안했고 박 대통령이 “좋은 생각”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사 논의가 수면으로 떠오르게 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조만간 공식적으로 특사에 대한 의견을 밝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정 원내대표의 발언에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특사 관련 대통령의 지침은 없었다”며 “특사가 단행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장에서는 새누리당 전당대회 등 계파 갈등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박명재 사무총장이 박 대통령에게 전당대회 참석을 요청하자 박 대통령은 미소만 지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여소야대 체제에서 임기 말을 향해 가고 있고, 새누리당은 정권 재창출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일단 이날 오찬을 통해 당청 간, 계파 간 갈등에서 벗어나 힘을 모으자는 데 공감대는 형성한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의 힘을 최대한 하나로 결집해야 되는 것이 중요한, 그러한 절체절명의 시기”라며 “앞으로 20대 국회에서 국민의 민의를 잘 받들어서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비 온 뒤에 하늘이 더 맑고 땅이 더 굳는 것처럼 우리 당은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더 강해졌고, 잃어버린 민심을 다시 회복했던 슬기로운 경험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오찬 행사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 발표가 같은 날 이뤄진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당 관계자는 “당청 간 적극적인 소통 행보의 신호탄과 다름없었는데 굳이 사드 배치 결정을 같은 날 발표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강경석 기자
#유승민#박근혜#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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