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선심면세 경쟁… 소득세 감면 年20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1일 03시 00분


매년 늘어 법인세 감면액의 3배로… 근로자 절반, 소득세 한푼도 안 내
‘넓은 세원’ 원칙 어긋난 ‘넓은 구멍’ 정비 안하면 증세해도 밑 빠진 독

해마다 정치권의 경쟁적인 ‘선심성 세금 깎아주기’가 반복되면서 연간 소득세 감면액이 사상 처음으로 2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됐다. 20대 국회 개원 이후 세수 확보를 위한 법인세 인상 등의 필요성마저 제기됐지만 여야의 소득세 감면 경쟁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이에 따라 “증세(增稅)를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10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16 조세지출의 이해와 쟁점’에 따르면 올해 소득세 감면 규모는 19조4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총 국세 감면액의 55.0%에 해당하며, 법인세 감면액(6조6000억 원)보다 3배나 많은 수치다. 소득세 감면액은 2011년(13조8000억 원) 바닥을 찍은 후 매년 늘어나고 있다. 반면 법인세 감면액은 2011년(9조2000억 원) 정점을 찍은 뒤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이에 따라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직장인이나 소득이 적은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하는 세금 감면 정책은 필요하지만, 정책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선심성 세금 깎아주기 법안 양산은 소득세 세입 구조를 왜곡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현재 1669만 명인 근로소득자 중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이는 절반에 가까운 802만 명(48.1%)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복지 지출 등 늘어나는 재정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새는 구멍’에 대한 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은 소득세 감면 규정 정비에 소극적이다. 그 대신 법인세율 인상이나 부자 증세 같은 세율 조정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최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중(中)부담-중복지’를 주장하며 법인세 인상을 최우선 세제 개편 과제로 꺼내 들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38%에서 최대 50%까지 끌어올리는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문가들은 ‘세금 포퓰리즘’을 조장하는 정치권과 이를 방조하는 정부가 세수 문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소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단돈 1000원이라도 세금을 내는 것이 옳다”며 “그래야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란 조세원칙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정부#여당#야당#면세#소득세#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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