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언론사로 분류될라” 사외보 폐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1일 03시 00분


[김영란法 필요하지만 이대론 안된다]“정간물 내면 언론사” 임직원 규제
권익위 “사외보 발행기업도 언론” 잡지 발행 출판사도 대상 될수도

A대기업은 최근 30년 이상 발행해온 사외보를 폐간했다. 한때 20만 부까지 고객에게 발송하던 사외보를 계속 낼 경우 발행인인 최고경영자(CEO) 등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대상인 언론인으로 분류돼 기업 활동에 큰 제약이 온다고 판단한 것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9월 28일)을 앞두고 기업들이 사외보를 폐간하거나 폐간을 검토하고 있다. A대기업의 법무담당자는 “면밀히 검토한 결과 정기간행물로 등록한 사외보를 계속 펴내면 발행인과 관련 임직원은 언론인, 기업은 언론사가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대부분의 기업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에 준해 언론사를 규정한다. 방송사업자, 신문사업자, 잡지와 정기간행물사업자 등이 언론사다. 기업 등이 발행하는 사외보는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등록해야 하는 정기간행물이기 때문에 언론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같은 이유로 계간지, 잡지를 발행하는 출판사도 적용 대상이 된다. 지난해 말 현재 문체부 등에 등록된 정기간행물은 총 1만8692종이다.

주무 부서인 국민권익위원회도 이런 사실을 인정했다. 권익위 담당자는 “법에 따르면 사외보 발행인과 직원은 언론인 및 기자에 해당하고, 발행 기업은 언론사가 맞다”면서 “다만 사외보의 성격 등을 고려해 직접 관련된 사람들에게만 이 법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발행인이 기업 오너, CEO인 경우 예외로 인정할지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 CEO, 직원을 예외로 인정할 경우 자의적 법 해석이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다른 언론사들의 경우 관리직 등 모든 임직원이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권익위는 지난해 3월 법이 통과될 때 이런 문제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여야 의원들이 검토 없이 언론을 막판에 대상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사외보 때문에 일반 기업이 언론사가 된다는 건 황당한 일”이라며 “혼란을 막으려면 법규의 기준을 최대한 명확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우경임·백연상 기자
#김영란법#정간물#부정청탁#언론사#사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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