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관련해 어제 “실리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현명한 판단을 했어야 할 문제인데 청와대가 독단적이고 섣부른 결정으로 논의 자체를 차단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논평했다. 8일 사드 배치 발표 직후 이재경 대변인이 “실익이 있는 사드 배치라면 반대하지 않는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힌 것과는 사뭇 다르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큰 발언권을 가진 제1야당이 사드 배치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형국이다.
더민주당이 ‘실익’을 조건으로 찬성 입장을 내놓자 추미애 송영길 의원 등 당권 주자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반발했고, 최대 계파인 친문(친문재인)계는 물론이고 비주류 인사까지 ‘사드 반대’에 가세했다. 이에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그제 “3·4·5선(의원) 분들의 사고가 점점 낡아가서 과거만 생각하지 새롭게 다가오는 물결은 잘 못 느낀다”고 반박했다. 더민주당 대주주인 문재인 전 대표는 어제 히말라야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으나 별 언급이 없었다.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밝히고, 당내 혼선을 조속히 정리해야 옳다.
더민주당은 4·13총선을 전후해 김 대표를 중심으로 군부대 방문 등 ‘안보 우클릭’ 행보를 이어갔다. 이런 모습이 ‘안보 불안’ 이미지를 어느 정도 불식시켜 총선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는 데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더민주당의 정강·정책의 외교안보 분야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고…’ ‘우리 외교의 근간(根幹)인 한미동맹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라고 규정해 한미동맹을 우선시한다. 그러나 막상 사드 배치가 현실화하자 반미친중(反美親中)의 ‘운동권 본색’을 드러내는 것인가. 안보에 불안감을 주는 정당은 총선은 물론이고 대선에서도 성공하기 어렵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어제 “사드 배치는 득보다 실이 크며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영토와 비용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같은 주장을 했다. 사드 배치는 미군의 안보자산을 국내에 전개하는 것으로 헌법 60조상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할 조약으로 보기 어렵다. ‘안보는 보수’라고 했던 안 의원과 국민의당이 진보정당과 같은 논리를 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은 사드 배치 발표 다음 날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했고, 중국과 러시아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외교 입지를 좁히는 야당의 행태는 적전분열(敵前分裂)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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