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10일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에 대해 “국회 비준이 필요하며 국민투표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고 말하던 안 전 대표가 사드 배치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이라는 성명에서 이같이 밝혔다. 사드 배치에 대한 국민투표 주장은 이것이 국민투표 대상이냐는 문제와 더불어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처럼 자칫 포퓰리즘으로 기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사드 배치는 전적으로 옳거나 전적으로 그른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저는 잃는 것의 크기가 더 크고, 종합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어 “사드 배치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게 아니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회적인 합의로 결정하기 위해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영토와 비용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 비준을 받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그 예로 2004년 평택 미군기지 이전을 들었다. 또 “한반도 평화와 국민의 생존, 나아가 국가의 명운을 결정할 국가적 의제이므로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도 심각하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드 배치 결정을 경기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같은 한미 양국 간 협정과 동일시 할 수 있는지는 논란거리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군사정책을 국회가 관여하려면 담당 국무위원을 불러 물어보고 판단하는 것이지 일일이 비준을 해야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투표 실시와 관련해서도 “행정수도 이전 때도 국민투표에 부치지 않았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지상욱 대변인도 “국가가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을 매번 세금이 들어가는 국민투표에 부치는 게 맞는 거냐”고 반문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사드 배치를 두고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가 엇박자를 냈다.
더민주당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사드 배치 결정은) 매우 유감”이라며 “이후의 절차는 국민의 의사와 외교적 상황 등을 면밀하게 살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8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사드 배치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밝힌 것과는 차이가 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달 “더민주당은 사드 배치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변인은 ‘김 대표와 우 원내대표의 견해가 배치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대표도 ‘실익이 있으면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실익이 하나도 없지 않느냐”며 사실상 반대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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