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은 개돼지다”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47·사진)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나 기획관 파면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9일 나 기획관을 대기발령한 교육부는 조만간 정식 징계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앞서 나 기획관은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경향신문 기자들과 술을 곁들여 저녁 식사를 하면서 문제의 발언들을 쏟아냈다고 이 신문이 9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나 기획관은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해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 “신분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 미국은 흑인이나 히스패닉이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구의역에서 죽은 아이가) 어떻게 내 자식처럼 생각되나. 내 자식처럼 가슴이 아프다는 것은 위선이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경향신문은 ‘나 기획관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공무원 정책실명제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신분제 얘기를 꺼냈다’고 전했지만, 정확하게 어떤 대화를 하던 도중 문제의 발언이 나왔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나 기획관은 당시 식사 자리에서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참석자들에게 “공무원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을 편하게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며 다음 날 이 신문사를 찾아 “실언을 했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김현아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10일 “국민을 섬겨야 한다는 본분을 저버린 공직자의 언행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강선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99%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고 자신은 1%가 되려는 정신 나간 고위공무원”이라고 비판했고, 양필순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헌법을 부정하고 막말과 극언으로 국민을 모독한 나 기획관은 더이상 공무원 자격이 없다”며 파면을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교육부 고위 관료가 이런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나 기획관의 파면을 요구하는 청원이 4건 올라와 1만 명이 넘는 인터넷 이용자가 서명에 참여했다.
이에 교육부는 “나 기획관이 과음한 상태로 논쟁을 벌이다 실언을 했다”며 “소속 공무원의 적절치 못한 언행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1일 회의에 나 기획관의 출석을 요구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 출석해 이번 파문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 등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 기획관은 행정고시 36회 출신으로 교육부 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교육부 대학지원과장 교직발전기획과장 지방교육자치과장을 거쳐 3월 정책기획관(고위공무원단 2∼3급)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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