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떨어진다” 稅감면 축소 제동… ‘소득세 0원’ 270만명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1일 03시 00분


[소득세 감면 年20조원]20대 국회서 발의된 조세특례법
15건중 8건이 감면 신설-기한연장… 면세자 축소대책 총선때 흐지부지
전문가 “복잡한 규정 단순화하고 稅감면 논의 정치논리 배제해야”

더불어민주당의 박병석 이찬열 조정식 의원은 올해 말 일몰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연장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최근 잇달아 내놨다. 새누리당 추경호 의원은 전업주부가 낸 국민연금에 대해 배우자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나라 곳간은 뒷전인 정치권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임기 시작 후 제출된 조세특례제한법은 15건으로, 이 중 8건은 소득세 감면 규정을 신설하거나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에 제출된 소득세법 개정안 5건 중 소득세액을 깎아주거나 감면 규정을 신설하는 법안은 4건으로 확인됐다.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이 소득세 감면에 몰두하다 보니 조세감면액 규모 상위 25개 항목 중 소득세 관련 항목은 15개에 이른다. 이 중 일몰 규정이 있는 것은 3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일몰 규정이 있는 것도 국회가 계속 기한을 연장해 나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각종 법인세 비과세 감면 제도가 잇따라 폐지되면서 법인세 감면액이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 안에서는 정책 목적을 달성한 일부 소득세 감면 규정은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지 오래”라며 “정치권이 워낙 강력히 반발하고 여론도 이미 받은 것을 빼앗기는 것에 민감하다 보니 관련 규정에 손을 대지 못한 채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깎아주는 항목들이 넘쳐나다 보니 한국의 소득세 부담률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은 편에 속한다. 2013년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부담률은 3.7%로 회원국 평균(8.8%)보다 5.1%포인트나 낮다. 여기에다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근로자도 많아 전체의 절반에 이를 정도다.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복잡한 감면 규정을 단순화시키고, 일몰 시기가 왔을 때는 정치적 논리가 아닌 객관적인 평가로 규정의 폐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가 훼손한 ‘넓은 세원’ 원칙

소득세 감면 규모가 해마다 늘어 연간 20조 원에 육박하게 된 데는 정치권의 세금 포퓰리즘뿐만 아니라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도 한몫을 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초 불거진 ‘연말정산 파동’이 대표적이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일부 직장인의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자 당시 여론은 급격히 나빠졌다. 이런 반응에 놀란 정부는 자녀 세액공제 금액을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리고, 근로소득 세액공제율(55%) 적용 기준 세액을 상향 조정하는 등 소득세 감면 규모를 늘려주는 ‘당근’을 제시했다. 여론의 분노는 진화됐지만 ‘고소득자의 세 부담은 늘리고, 저소득자는 덜어준다’는 2013년 세법 개정 취지를 정부 스스로 뒤집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대책이 적용되면서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근로자는 2013년(귀속소득 기준) 531만 명에서 2014년 802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들이 부담하는 세금은 물건을 살 때 물건값의 10%만큼 붙는 간접세인 부가가치세 정도다.

저소득층 근로자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갔지만 ‘연봉 3000만 원 초과 6000만 원 이하’ 중간소득자나 ‘연봉 6000만 원 초과’ 고소득자들 중에서도 면세 혜택을 받게 된 이가 증가했다. 2013년 근로자 평균임금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직장인 중 면세자는 10만 명 남짓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년에는 100만 명으로 약 10배로 증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의료비, 교육비 등 다양한 공제 항목이 있는 데다 연말정산 보완책으로 인해 공제율이 올라가면서 고소득층들도 일부 혜택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6월 면세자 비율을 최대 20%포인트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총선을 앞둔 국회가 논의를 미루면서 흐지부지됐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내년에 대선이 있는 탓에 면세자 축소 방안은 세법개정안 마련 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세감면#소득세#국회#소득공제#세액공제#저소득층#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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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추천 많은 댓글

  • 2016-07-11 09:26:38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다고 하더니, 면세자를 늘리고 복지도 늘린다? 과연 신의 한수군! 이쯤되면 유토피아 아닌가? 그런데도 헬조선이라니?

  • 2016-07-11 10:10:45

    국민이바라는것은 국회의세비 30%삭감후15년동결 인원수150명 줄이고 보좌관수4명으로 그리고 기초단체장및의원폐지 각종수당폐기처분하면은 어느정도 세수효과가 있을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들 욕심만챙기는 대한민국 국회및광역 기초의원들 (

  • 2016-07-11 08:19:08

    잘한다 잘해 곳간이 비어야 정신을 차리지 그넘의 표가 뭔지... 눈앞의 이익에 정신이 팔려 대한민국의 장기적 복지는 갈라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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