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가 법제화되면 개인이나 법인, 단체 등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로비할 때 공식적으로 등록하고 공개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그동안 음성적으로 로비가 진행되면서 부정부패가 발생한 만큼 ‘법적 그물’ 안에서 로비스트들을 관리해 불법 로비를 근절하자는 취지다. 로비스트들이 공개적으로 활동하면 권력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까지 자기 이익을 표출할 수 있는 통로가 생겨 바람직하다는 게 법제화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국회에서 로비 법제화 관련 논의는 16대 국회 때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무소속이었던 정몽준 전 의원 등 48명이 외국 로비스트의 국내 활동을 양성화하자는 취지에서 2001년 법안을 발의했다.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정진석 원내대표도 그때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 법안은 정파 간 이해관계와 각종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직면해 표류하다 2004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정 전 의원은 17대 국회에서도 같은 법안을 발의했지만 역시 2008년 폐기됐다.
2005, 2006년에도 여러 의원이 로비 합법화 법안을 냈지만 결국 폐기됐다. 현재까지는 국회에서 로비 법제화와 관련된 움직임은 거의 없는 상태다.
법사위 소속의 한 의원은 “예전에 논의될 때마다 언론이나 여론에서 역풍을 맞지 않았느냐”며 “(로비를) 합법화하자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먼저 조성되지 않는 한 부담을 짊어지고 먼저 나설 의원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로비 법제화에 대한 찬반을 떠나 차제에 바람직한 민관정(民官政) 접촉 모델을 만들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영란법으로 기업 등 민간 부문의 대관(對官), 대(對)정치권 업무 담당자들의 활동 영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큰 상황인 데다 비공식적인 네트워크나 음성적인 접촉을 통해 이뤄져온 민관 접촉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제대로 된 논의가 필요한 시기인 건 맞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