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정위 과징금 남발, ‘공피아’ 몸값 올리기 위해선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2일 00시 00분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격담합이나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기업에 과징금을 물렸다가 소송에서 지거나 직권 취소해 물어준 환급액이 지난해 3572억 원으로 전년(2518억 원)보다 41.9%나 증가했다. 이 때문에 당초 6532억 원의 과징금을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절반 정도인 3284억 원을 걷는 데 그쳐 국고 예측에 혼란이 생기는 상황이다. 여기에 소송비용만 29억 원에다 공정위가 뒤늦게 과징금을 돌려주는 바람에 생긴 이자(가산금)까지 373억 원이 더 들어갔다.

2012년 130억 원이었던 과징금 환급액이 3년 만에 27배로 급증한 것은 대규모 과징금 소송에서 패할 만큼 애초 무리하게 과징금 부과를 남발했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행정적 판단과 법률적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해명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죽하면 국회 예산정책처가 2015회계연도 결산분석 보고서에서 “과징금 부과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꼬집었겠는가. 공정위가 일단 거액의 과징금을 때리고 보자는 식으로 행정처분을 했다가 법원에 가서 패소해 돌려주는 일이 반복되면 행정의 신뢰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공정위 과징금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전관(前官)예우와 무관한지도 의문이다. 지난 5년간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4급(서기관) 이상 공정위 퇴직자 20명 중 13명이 대기업에, 4명이 대형 로펌에 취업했다. 관가나 재계 일각에서는 공정위 공무원들이 무리하게 과징금을 물리면, 로펌이나 대기업에 몸담고 있는 ‘공피아’들이 현직 시절의 경험을 살려 법률적 허점을 찾아내 몸값을 올린다는 말까지 나온다.

4·13총선에서 경제민주화를 주장한 야당들이 약진하면서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권한을 더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지금까지 보인 행태나 실력으로는 기업의 경쟁 촉진과 공정거래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 같지가 않다. 자칫 관료들의 힘만 키우고 기업을 옥죄는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과징금 남발#공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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