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드 국민투표 부치자”는 안철수, 대선주자 자질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2일 00시 00분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어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배치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거듭 주장하며 “대통령이 국면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제 자신이 던진 국민투표 주장에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는 실패 사례’라는 비판이 나오자 갑자기 대통령을 갖다 붙인 것이다. 안 의원은 월 300만 원 기본소득 지급을 부결시킨 스위스 국민투표를 끌어다 대며 “우리의 민도(民度)가 스위스보다 낮다는 얘기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헌법상 국민투표 사안은 개헌을 비롯해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사드 배치에 우리의 ‘영토와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헌법 60조의 국회 비준 동의 대상(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사드 배치는 기본적으로 동맹국 군대인 미군이 자국 무기를 들여오는 것이어서 조약으로 보기 어렵다. 국회 비준 동의 거리도 안 되는 안건을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안 의원 주장은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 만약 브렉시트 같은 혼란을 초래한다면 안 의원이 책임질 건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어제 조약이 아닌 만큼 비준 동의가 필요 없으며 “국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안 의원이 당내 의견수렴 없이 국민투표를 제안한 것도 당의 기강을 흔드는 일이다. 당 국방 전문가인 김중로 의원은 “사드 반대 당론만 결정했을 뿐 국회 비준 동의나 국민투표는 검토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죽하면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조차 안 의원에게 “국민투표에 대한 의문 사항이 있기 때문에 의원총회에서 말해 달라”고 요청했을까. 당의 ‘얼굴’이자 대주주로서 진중하지 못한 처신이다.

벌써부터 사드 배치를 두고 이념과 지역으로 갈리는 남남분열 조짐이 심각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대한민국의 안보와 북한의 도발에 관련된 사안에서는 하나로 단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안 의원은 사드 체계의 성능이 검증되지 않았고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예상되며 지역 주민 건강과 지역 갈등이 우려된다면서 사드 배치 반대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정치 지도자의 역할은 국민을 통합하는 일이다. 차기 대권을 꿈꾼다는 사람이 국가존망을 위협하는 북의 핵과 미사일을 앞에 두고 국론분열이나 조장해서야 되겠는가. 총선 리베이트 의혹 사건으로 대표직을 내려놓은 안 의원은 안보에 관한 돌출 발언을 자제하고 당내 기강바로잡기에 힘을 보태기 바란다.
#안철수#국민의당#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브렉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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