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당권후보 단일화해야” 사실상 ‘계파’ 구심점 역할 나서
14일 지지자 500명 초청 만찬도… 개헌 강조… 대선이슈 선점 노려
친박은 ‘서청원 출마’ 계속 요구… 서청원, 이르면 14일 출마 선언 가능성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8·9전당대회를 앞두고 비박(비박근혜)계 당권 주자들에 대해 “당선되기 위해선 당연히 (후보) 단일화가 돼야 한다”고 12일 말했다. 물밑에서 비박계 지지세력 결집을 강조한 셈이다. 이 때문에 친박(친박근혜)계 핵심들과 더불어 4·13총선 참패의 한 축이던 김 전 대표가 사실상 또 다른 계파의 배후 구심점 역할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박계 주자들이) 단일화가 안 되면 당선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당대회를 비롯해 당내 정치 현안에 대해 말을 아끼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비박계 당권 주자 대부분은 김 전 대표와 출마 선언 전부터 긴밀히 상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도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의 김 전 대표 사무실을 찾아가 30분 가까이 논의했다. 정 의원은 회동 직후 “도와달라고 했다”면서도 “비박계 당권 주자 단일화 때문에 만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정 의원에게 “당분간 나는 중립을 지킬 것”이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전 대표 핵심 측근들은 최근 비박계 주자를 단일화해 지원을 집중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와의 당권 경쟁을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김 전 대표는 14일에는 당 대표 당선 2주년을 기념해 지지자 500여 명을 초청한 만찬 행사도 열 예정이다. 김 전 대표는 이 행사에 대해 “나를 당 대표로 만들어 주신 분들, 핵심 조직들과 1년에 한두 번 만나 서로 정을 나누는 자리”라고 선을 긋고 있다. 전당대회 후보들은 비박계 지지를 모으기 위해 이날 행사 참석을 적극 검토 중이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국가전략포럼이 주최한 개헌 세미나에 참석한 뒤 “여야 간의 극한 대립 정치구도를 깨려면 개헌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가 차기 대권 주자로서 ‘개헌 이슈’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친박계 핵심 의원들은 이날도 서청원 의원(8선)의 당 대표 출마에 집중했다. 친박 내부 교통정리와 컷오프(경선 배제)를 통해 서 의원을 ‘친박계 대표 주자’로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전날 원유철 전 원내대표(5선)와 홍문종 의원(4선)이 나란히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친박계 이장우 의원(재선)은 이날 “박근혜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마무리를 위해 당이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서 의원 측은 여전히 “출마 가능성은 반반”이라며 불확실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서 의원이 이르면 14, 15일경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새누리 상임고문단에 인사하는 김희옥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서 있는 사람)이 12일
서울 영등포의 한 식당에서 당 상임고문단 앞에서 인사하고 있다. 이날 고문단은 새누리당이 4·13총선에서 참패한 뒤에도
8·9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간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을 비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당내에선 계파 간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전당대회에 대해 “총선 참패 후 계파 정치를 청산하자는 건 결국 말뿐이었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날 새누리당 상임고문단도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의 오찬에서 쓴소리를 쏟아냈다.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선거를 하다 보면 계파 얘기가 나오는데 제발 그러지 말라. (전당대회에서)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 써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 참석자는 “옛날에는 국민들이 어려우면 임금이 암행어사를 풀었는데 지금은 이런 것이 부족하다”며 “최고지도자가 민생을 살피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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