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줄 세우는 김무성… 계파청산 ‘역주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3일 03시 00분


“비박 당권후보 단일화해야” 사실상 ‘계파’ 구심점 역할 나서
14일 지지자 500명 초청 만찬도… 개헌 강조… 대선이슈 선점 노려
친박은 ‘서청원 출마’ 계속 요구… 서청원, 이르면 14일 출마 선언 가능성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8·9전당대회를 앞두고 비박(비박근혜)계 당권 주자들에 대해 “당선되기 위해선 당연히 (후보) 단일화가 돼야 한다”고 12일 말했다. 물밑에서 비박계 지지세력 결집을 강조한 셈이다. 이 때문에 친박(친박근혜)계 핵심들과 더불어 4·13총선 참패의 한 축이던 김 전 대표가 사실상 또 다른 계파의 배후 구심점 역할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박계 주자들이) 단일화가 안 되면 당선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당대회를 비롯해 당내 정치 현안에 대해 말을 아끼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비박계 당권 주자 대부분은 김 전 대표와 출마 선언 전부터 긴밀히 상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도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의 김 전 대표 사무실을 찾아가 30분 가까이 논의했다. 정 의원은 회동 직후 “도와달라고 했다”면서도 “비박계 당권 주자 단일화 때문에 만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정 의원에게 “당분간 나는 중립을 지킬 것”이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전 대표 핵심 측근들은 최근 비박계 주자를 단일화해 지원을 집중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와의 당권 경쟁을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김 전 대표는 14일에는 당 대표 당선 2주년을 기념해 지지자 500여 명을 초청한 만찬 행사도 열 예정이다. 김 전 대표는 이 행사에 대해 “나를 당 대표로 만들어 주신 분들, 핵심 조직들과 1년에 한두 번 만나 서로 정을 나누는 자리”라고 선을 긋고 있다. 전당대회 후보들은 비박계 지지를 모으기 위해 이날 행사 참석을 적극 검토 중이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국가전략포럼이 주최한 개헌 세미나에 참석한 뒤 “여야 간의 극한 대립 정치구도를 깨려면 개헌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가 차기 대권 주자로서 ‘개헌 이슈’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친박계 핵심 의원들은 이날도 서청원 의원(8선)의 당 대표 출마에 집중했다. 친박 내부 교통정리와 컷오프(경선 배제)를 통해 서 의원을 ‘친박계 대표 주자’로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전날 원유철 전 원내대표(5선)와 홍문종 의원(4선)이 나란히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친박계 이장우 의원(재선)은 이날 “박근혜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마무리를 위해 당이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서 의원 측은 여전히 “출마 가능성은 반반”이라며 불확실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서 의원이 이르면 14, 15일경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새누리 상임고문단에 인사하는 김희옥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서 있는 사람)이 12일 
서울 영등포의 한 식당에서 당 상임고문단 앞에서 인사하고 있다. 이날 고문단은 새누리당이 4·13총선에서 참패한 뒤에도 
8·9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간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을 비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새누리 상임고문단에 인사하는 김희옥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서 있는 사람)이 12일 서울 영등포의 한 식당에서 당 상임고문단 앞에서 인사하고 있다. 이날 고문단은 새누리당이 4·13총선에서 참패한 뒤에도 8·9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간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을 비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당내에선 계파 간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전당대회에 대해 “총선 참패 후 계파 정치를 청산하자는 건 결국 말뿐이었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날 새누리당 상임고문단도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의 오찬에서 쓴소리를 쏟아냈다.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선거를 하다 보면 계파 얘기가 나오는데 제발 그러지 말라. (전당대회에서)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 써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 참석자는 “옛날에는 국민들이 어려우면 임금이 암행어사를 풀었는데 지금은 이런 것이 부족하다”며 “최고지도자가 민생을 살피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병수 기자 gamja@donga.com
#새누리당#김무성#서청원#비박#8·9전당대회#김희옥#계파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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