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불똥 키운 ‘정부 불통’
밀실 결정… 6월말 정하고도 비공개 부쳐 의혹-불신 자초
기습 발표… 국론결집-지역설득 작업 없이 밀어붙여 갈등
지각 수습… 전자파 논란 커지자 레이더 기지서 공개 측정
정부와 군 당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배치 결정 과정에서 비밀주의와 뒷북 대처로 국가적 갈등과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적 관심과 지역 이해가 걸린 중대 안보사안을 사전 정책조율과 주민 설득작업 없이 밀어붙이는 바람에 근거 없는 ‘사드 괴담’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등 큰 후유증을 남겼기 때문이다.
정부와 군은 6월 말 사드를 경북 성주지역에 배치하기로 결정하고도 이를 비공개에 부쳤다. 8일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한 자리에서도 군은 보고서 작성 등 절차적 이유를 들어 배치 장소를 함구해 의혹과 불신을 키웠다.
하지만 언론이 경북 칠곡 인근의 성주 지역을 사드 최적지로 거론하자 군은 13일 기습적으로 공식 브리핑을 열어 사드 배치 지역을 최종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도 발표와 취소를 번복하는 해프닝을 벌여 스스로 신뢰를 실추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자리에서 “사드 배치 과정이 워낙 위중한 국가 안위와 국민 안전이 달린 문제라 공개적으로 논의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미 양국이 2월 초 사드 논의에 착수한 뒤 최종 발표 때까지 정부와 군이 단 한 차례도 그 과정을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은 ‘정책 불통’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사드 배치 지역 발표에 앞서 레이더 전자파의 유해성 논란과 사드의 안보적 가치 등에 대해 치밀하고 논리적인 대국민 설득을 통해 국론을 결집시키는 작업이 선행됐어야 했다는 얘기다. 또 사드 배치 지역 주민들의 민심을 달래는 다양한 보상책과 전자파로부터 주민 안전과 환경을 보호하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대응이 사전에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드 전자파 유해설이 확산되자 군은 언론에 패트리엇(PAC-2) 미사일 부대와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기지를 공개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이선우 한국갈등학회 회장은 “지금부터라도 지역 공론화 과정을 이행하고 전자파 문제 등 갈등 사안은 전문가와 주민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어 적극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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