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후폭풍]
레이더 6m 밑에서 전자파 측정했더니 허용기준치 4.4% 수준… “아래는 안전”
패트리엇 레이더는 2.8% 측정… 軍 “고지대 성주 기지 안심해도 돼”
“빔 방사 시작!”
부대장 지시와 동시에 중부권 산악 지역 곳곳에 사이렌 소리가 퍼져 나갔다. 경고방송이 들리더니 산 정상(해발 415m)에 설치된 공군의 탄도미사일 조기 경보 레이더 ‘그린파인’이 ‘삑 삑’ 하는 경고음과 함께 빔을 방사하기 시작했다. 가로 12m, 세로 4m 크기의 직사각형 레이더에서 전자파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공군 관계자는 광대역 측정기로 전자파 측정에 나섰다.
군 당국이 14일 사상 최초로 언론에 그린파인 레이더를 공개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와 함께 운용될 AN/TPY-2 레이더(사드 레이더·최대 탐지 거리 800km) 유해성 논란이 “레이더 앞에 가면 타 죽는다”는 식의 괴담으로 번지자 뒤늦게 안전성 알리기에 나선 것이다.
최대 탐지 거리가 900k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린파인 레이더는 북한 전역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을 탐지한다. 그린파인 레이더는 사드 레이더보다 출력이 강한데 이 때문에 부대원 등 인원의 출입이 제한되는 구간(안전거리)도 사드 레이더(100m)보다 긴 530m에 달한다. 군 관계자들과 취재진은 이날 출입 제한 구간 안으로 들어가 전자파를 측정하고, 결과를 함께 확인했다. 1차 측정 지점은 레이더와 불과 30m 떨어진 곳으로 고도는 6m 아래였다. 빔을 6분간 방사하며 해당 지점에서 전자파 세기를 측정한 결과 최고치는 m²당 0.2658W였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전파법이 규정한 그린파인 레이더 전자파(주파수 대역이 2GHz보다 낮은 경우)의 안전 기준(인체 노출 허용 기준)은 m²당 6W인데 사실상 레이더 바로 옆에서 측정한 최고치(m²당 0.2658W)도 이 기준의 4.43% 수준에 불과했다. 레이더가 지표면과 5도 각도로 설치돼 하늘을 향해 빔을 방사하는 만큼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구간에서도 안전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2013년 2월 그린파인 레이더가 가동된 이후 이 부대에 근무한 장병이나 레이더 정비 기술자 중 누구도 신체 이상 증세를 호소한 적이 없다는 것이 군의 주장이다. 군 관계자는 “사드가 배치될 성주 기지도 해발 400m 고지대인 데다 사드 레이더는 그린파인보다 더 높은 5도를 웃도는 각도로 하늘을 향해 설치할 것이므로 주민들이 받는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이날 수도권에 위치한 패트리엇 미사일 기지로 취재진을 안내해 패트리엇 레이더를 가동한 뒤 전자파 측정치를 보여 주기도 했다. 전파법상 패트리엇 레이더 및 사드 레이더 전자파(주파수 대역 2∼300GHz)의 안전 기준은 m²당 10W인데, 40m 떨어진 같은 고도의 지점에서 6분간 전자파를 측정한 최고치는 m²당 0.2826W(2.82%)에 불과했다.
하지만 ‘레이더 괴담’을 잠재우기 위한 이 같은 전자파 공개 측정을 두고 ‘골든타임’을 놓친 뒤늦은 수습책이란 비판도 나온다. 사드 배치 협의를 시작한 2월부터 전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선제적으로 제공해 괴담이 뿌리내릴 근거를 차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사드 레이더의 안전성을 알리기 위해 사드 레이더보다 출력이 강한 그린파인 레이더를 공개하는 방식을 택한 것을 두고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드 레이더에 대한 괴담이 수습되지 않은 상태에서 ‘더 센 레이더’의 존재를 공개해 군용 레이더가 설치된 다른 지역 주민들까지 반발할 소지를 주는 자충수를 둔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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