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제재 뒤에도 北변화 조짐 없어
제재를 견디기 힘들 때, 외교의 필요 느낄 것
그 전에 변화 유도 위한 중장기 전략 마련해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 1월 4차 핵실험을 감행한 후 지금까지 미국 주도의 제재를 받아왔다. 일회성이 아니라 조직적인 제재였다.
가장 최근에는 인권유린 혐의로 직접 제재 대상이 됐다. 미국 정부는 김정은에 대해 “참을 수 없을 만큼 잔인하고 수백만 명의 국민에게 폭정을 가해왔다”고 제재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제재로 김정은은 9·11테러를 자행한 알카에다의 창설자 오사마 빈라덴이나 시리아의 폭군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세르비아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 수준의 악한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앞서 미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주도했고, 의회는 김정은 제재의 근거가 된 대북제재 강화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 정부도 이에 발맞춰 2월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했다. 올 들어 가해진 미국의 대북제재는 물론 김정은의 추가적인 핵 도발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문제는 제재의 강도가 아니라 과연 그 제재가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 북한은 변화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정은에 대한 직접 제재 조치에 북한은 “미국이 전면전을 선포했다”며 흥분하고 있다. 김정은에 대한 제재는 전례가 없는 만큼 정치적 상징성도 매우 컸다. 하지만 이런 제재를 받은 김정은이 핵 프로그램 개발을 포기할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물론 제재의 효과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제재 효과가 나타나려면 6개월은 족히 걸린다. 연말쯤에는 제재의 여파가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대북제재의 효과가 나타나는 내년 초쯤에는 미국이 대북제재를 넘어서는 전략을 새로 구상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제재는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각종 제재로 체제가 흔들려도 더 굳건히 이를 지키려 할 것이다. 북한은 헌법보다 위에 있는 노동당규약에 병진(竝進)노선(핵개발-경제발전 동시 추구)을 명문화했다.
전략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용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다. 대북 문제와 관련해 전략적 목표는 앞서 말한 대로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고 나아가 핵을 포기토록 하는 것이다.
대북제재만 추구한다고 이 같은 전략적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는 없다. 연이은 제재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결정으로 한미는 중국이라는 크나큰 대북 레버리지(지렛대)를 상실하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안 그래도 북한이 주는 지정학적 이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중국은 최근 조치로 북한을 더욱 끌어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북한 내부에서 변화의 동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제재 이상의 전략이 필요하다. 김정은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숙청 등을 자행하고 있지만 이는 그만큼 내부의 미묘한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휴대전화와 각종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외부 정보가 유입되고, 제한적이지만 시장이 형성되는 등 자본주의가 흘러들어가는 현상은 김정은 체제를 서서히 갉아먹을 수 있다.
물론 국제정치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가늠하는 것은 인간 능력 밖의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 북한 체제는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물이 바위에 구멍을 내는 것처럼 변화는 언젠가 오기 마련이다.
김정은에게도 언젠가는 연이은 도발로 인한 제재의 무게를 견디기 힘든 시점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김정은도 군사적 도발이 아니라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한미동맹은 그때를 대비해 제재를 넘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중장기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도발과 제재, 그리고 도발이 다시 반복되는 것만으로는 북한을 변화시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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