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협상이 매년 극심한 진통을 겪으면서 제도 개선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처럼 정치적 외압이 차단된 전문가 집단으로 최저임금위원회를 구성하거나 결정 방식을 아예 공식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저임금은 노사 대표 각 9명과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 9명이 협상을 벌여 인상률을 결정한다. 노사 당사자가 직접 협상하다 보니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을 때가 많고, 결국 공익위원이 막판에 제시한 중재안을 표결에 부쳐 결정한다.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보니 정부 입김도 강하다. 정부가 의지가 있어 공익위원들이 인상률을 높게 제시하면 사용자위원들이 표결에 불참하고, 인상률이 전년보다 떨어지면 근로자위원들이 회의장을 떠나는 행태가 매년 반복된다. 공익위원 중재안도 심의 구간의 중간값으로 결정될 때가 많다. 최저임금이 사실상 정치적으로 결정되고 있는 것.
올해는 정치권의 외압도 심했다. 여야 모두 최저임금 인상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기대감을 키웠고, 야당 의원들은 박준성 최저임금위원장을 직접 만나는 등 사실상 외압을 행사했다. 일부 의원은 국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하겠다며 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등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임금인상률, 소득분배 개선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학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최저임금은 이처럼 정치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위원회를 독립적인 전문가 집단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최저임금을 다루면 소모적인 논쟁이 끊임없이 생긴다”며 “금통위처럼 독립적인 결정기구가 정치적 영향 없이 결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각종 제도와 개념을 정비하는 것도 과제로 지적된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처럼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공식을 아예 제도화하고, 산입범위(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의 범위) 등 관련 제도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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