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20일 처가의 서울 강남땅 매매 과정 의혹 등을 둘러싼 정치권의 사퇴 요구에 대해 “정무적으로 책임지라고 하는데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자신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해 대부분 부인했지만 야권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어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우병우 “정무적으로 책임질 생각 없다”
이날 우 수석은 눈이 충혈된 모습으로 청와대 춘추관을 찾았다. 민정수석이 언론을 직접 만나 본인 문제를 해명한 것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그는 약 1시간에 걸쳐 자신과 관련된 의혹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때로는 한숨을 섞어 호소했고, 목소리를 높여 결백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먼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법조 브로커) 이민희 씨 등 세 명 다 모르는 사람”이라며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상식적으로 안 맞다. 이런 문제를 갖고 그때마다 공직자가 관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처가의 강남땅을 넥슨 측이 매입한 것에 대해선 “김 회장한테 사 달라고 한 적이 없다”며 “진경준 검사장이 다리를 놔줬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일부 언론의 취재 태도를 언급하면서 “모멸감을 느꼈다”고도 했다. 다만 강남땅 계약서 작성 당일 본인이 직접 현장에 참석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선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장인이 열심히 일해 번 땅인데 장모가 지키지 못하고 판다는 부분에 대해 많이 우셨고 내가 위로해 드렸다. 그것이 전부”라고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강남 부동산 매각과 관련해 ‘처갓집 일이다, 나는 전혀 관여한 바 없다’더니 장모가 서글피 우셔서 달래고 왔다고 한다”며 “(계약) 날짜를 찾아 보니 금요일(2011년 3월 18일)이었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으로 계셨을 텐데 근무시간에 장모 달래러 장시간 계약 현장 옆방에 계신 게 맞는지, 공사 구분 못하시는 건 아닌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우 수석은 의무경찰로 복무 중인 아들이 전보 제한 규정을 어기고 서울지방경찰청 차장 운전병으로 옮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아들 상사의 얼굴을 본 적도 없고, 만난 적도, 부탁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어 “내가 한 일을 넘어 가정사라든지, 심지어 아들 문제까지 거론되는 것을 보고 개인적으로 매우 고통스럽다”고 했다. 우 수석이 아들의 ‘꽃 보직’ 전출 사실을 알고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만큼 그 자체로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조 의원은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은 매번 인사 때마다 파일이 올라가는 최고위급 간부인데 알지 못한다니 납득이 안 된다”고도 했다.
우 수석은 이날 검찰에 출석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부르면 가야겠지만 (가서 답할 것은) ‘모른다, 아니다’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현직 민정수석 직을 유지한 채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이 부적절한 데다 검찰이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국민이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진 검사장에 대한 부실한 검증 책임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 수석이 앞으로 공직후보자 인사검증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 사퇴 압박 수위 높이는 野
더불어민주당 민주주의회복 태스크포스(TF)는 이날 회의를 열고 우 수석을 압박했다. TF 팀장인 박범계 의원은 “과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검증에 실패한 곽상도 전 민정수석은 즉시 사퇴했다”며 “대한민국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이 수석의 위치에서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신경민 의원은 “우병우 홍만표 진경준은 정부와 정치권의 비호 속에서 살살 자라 암 덩어리처럼 우리 눈앞에 드러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응천 의원은 “정무직인 분이 정무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한다”며 “왜 정무직에 앉아 있는지 정말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우 수석이) 자신이 고소한 것만 사건으로 생각하고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한 사건은 간과하고 있다”며 “옷을 벗고 수사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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