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인터뷰 “탈북민 안착, 지자체 역할 중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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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 준비 됐나요/탈북자 밀집 동네 4곳 실태조사]

“통일은 어느 순간에 이룰 수 있지만 통합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영토와 제도를 합치는 통일과 민심을 합치는 통합이 함께 이뤄져야 진정한 의미의 통일이 된다고 봅니다.”

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59·사진)은 남북한 주민 간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동아일보와 남북하나재단의 공동 조사 결과에 대해 “독일도 통일된 지 30년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동서독 주민끼리 갈등과 반목이 사라졌다고 보긴 어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그는 “상대적으로 탈북민은 남한에 통합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젠 남쪽 주민들도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탈북민은 북한의 수직적 복종 체제에서 살아와서 의식이 다르다”고 했다.

손 이사장은 탈북민이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하느냐의 문제가 통일 이후 남북 주민이 얼마나 잘 어울려 지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민주적 정권이 들어서면 역으로 많은 남측 주민이 북으로 가서 재건 사업을 하며 정착해야 하는 만큼 역지사지의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손 이사장은 탈북민의 정착을 과학화하기 위해 남북하나재단에서 현재 북한이탈주민정착지수를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탈북민 실태 조사를 정기적으로 해서 자립역량, 경제역량, 심리역량, 신체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남북 주민 화합 수준을 가늠해 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손 이사장은 탈북민이 우리 사회에 통합되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언론시민단체라는 세 영역이 다 함께 노력해야 하지만, 이 중 지자체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제도를 만들고 지원할 수 있지만 탈북민이 해당 지역에 안착하는 데는 지자체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얘기다.

손 이사장은 우리 사회에서 탈북자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데 대해 안타까워했다.

“제가 지켜본 탈북민들은 대개 정직, 근면, 소박한 성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 탈북민의 사례가 과대 포장돼 인식을 부정적으로 만들고 있지만 이번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 만족한다는 탈북민은 응답자의 63.1%였고 불만족은 3.4%에 그쳤습니다.”

그는 최근엔 봉사활동을 하는 탈북민도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봉사를 통해 남한에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이 남한 사회에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면서 동질성도 형성되고, 정착의 용기도 갖게 된다고 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손 이사장은 1999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연구비서가 됐으며 2010년 그가 사망할 때까지 옆을 지킨, 국내에서 손꼽히는 북한 전문가다. 지난해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하나원#탈북자#황장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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