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과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이 24일 각각 ‘야권 통합’과 ‘탈(脫)계파’를 내걸고 당 대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앞서 출마 선언을 한 추미애 의원까지 친문(친문재인) 표심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되자 후보들이 차별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출마 선언이 끝나자마자 송 의원은 경남 김해로, 김 전 위원장은 경남 양산·김해로 향해 다시금 친문 공략 행보를 이어갔다.
문재인 전 대표 시절 당 혁신위원장을 지낸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계파의 눈치를 보며 표를 구걸하는 대표는 필요 없다. 집권이 목표인 대표가 되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친문 표심 잡기에 다걸기하는 추 의원과 송 의원을 비판하면서 ‘다른 색깔’을 보여준 셈이다. 그러면서 대선 승리를 위해 민생복지 정당을 만들고 대선 레이스를 정책 위주로 끌고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에 이어 국회 기자회견장에 선 송 의원은 “호남 민심을 회복하고 야권 통합을 이뤄가겠다. 강한 야당을 만들어 정권교체를 하겠다”며 ‘호남 민심 회복’을 내세웠다. 스스로 “호남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며 광주 출신인 김 위원장을 견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송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은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자마자 문심(文心) 잡기에 나섰다. 이날 오후 세 사람은 일제히 경남 김해을 지역대의원 개편대회가 열린 김경수 의원 사무소를 찾았다. 김 의원은 2012년 민주통합당(더민주당 전신) 대선 후보였던 문 전 대표의 수행팀장으로 문 전 대표의 ‘복심’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송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김해 봉하마을에서 권양숙 여사를 면담했다. 김 전 위원장은 25일 권 여사를 예방할 예정이다. 추 의원은 출마 선언 전에 미리 권 여사를 찾은 바 있다.
문심을 반영한 발언도 이어졌다. 송 의원은 “수권비전위원회를 설치해 집권 로드맵을 만들어 어떤 후보가 되더라도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수권능력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 역시 “대선 후보 정책 배심원제를 구성해 대선 후보의 정책을 공개 토론, 심의하고 선택된 정책은 당론화하겠다”며 “이는 수권정당추진위원회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4월 문 전 대표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게 제안했다고 밝힌 수권비전위원회와 같은 맥락이다.
또 고고도미사일방어(THADD·사드) 체계 배치 문제에 있어서도 송 의원은 “안보 국익에 실효 없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김 위원장은 “사드 배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의원 역시 ‘사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피력해 왔다. 문 전 대표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는 사드 배치 결정을 재검토하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 달 27일 전당대회에서 추 의원, 송 의원, 김 전 위원장의 3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종걸 의원과 정청래 전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당 대표 및 부문 대표위원 후보자 등록은 27, 28일 이틀간 이뤄진다. 당 대표 후보자가 4명 이상이면 다음 달 5일 예비 경선을 실시해 3명으로 압축하게 된다.
한편 경남 양산에 머물던 문 전 대표는 24∼26일 2박 3일 일정으로 경북 울릉도·독도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8·15를 앞두고 우리의 영토 주권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뜻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문 대표의 측근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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