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수 특별감찰관(사진)이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감찰에 착수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어느 정도 실린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차관급인 특별감찰관은 독립적 지위를 갖고 있지만 대통령직속 기구인 데다 감찰 개시와 종료 시 대통령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에 대한 감찰 필요성을 지난 주말쯤 박 대통령에게 서면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특별감찰관의 판단과 박 대통령의 결심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사전 지시가 있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우 수석에 대한 감찰 착수는 특별감찰관의 ‘독자 판단’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민정수석을 감찰하는 데 사전 준비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상당 수준의 내사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대통령의 의중을 우 수석을 사퇴시키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특별감찰관은 특히 이번 감찰 결과에 특별감찰관제의 명운이 걸려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특별감찰관제는 지난해 3월 정식 도입됐지만 지금까지 특별한 실적이 없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우 수석 감찰이 제1호 사건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이번 조사가 ‘면피용’으로 끝난다면 제도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 특별감찰관도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야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특별감찰관의 조사 범위와 방식을 근거로 ‘면죄부용’ 감찰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정수석’ 재임 시절 비위 의혹만 조사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우 수석 처가와 넥슨 간 서울 강남 땅 거래 의혹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계좌 추적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권도 없다. 이 특별감찰관은 이날 오후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민정수석에 취임한 이후 비위 행위에 해당하는 일이 벌어졌을 경우 감찰이 가능하다”며 “법에 없는 일을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야권은 이날도 우 수석의 사퇴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 (우 수석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국회가 나서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의혹의 핵심인 우 수석 처가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조사가 빠진 감찰은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주장했다.
우 수석 관련 고소 고발 사건이 접수된 검찰은 특별감찰관의 감찰 결과와 여론 동향을 지켜본 뒤에 본격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감찰 결과가 검찰 수사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우 수석의 장남 우모 상경(24)이 지난해 7월 서울지방경찰청 운전병으로 전출된 이후 1년간 외박 50일을 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본보가 직접 만난 현역 의경 10명은 1년간 평균 외박 일수가 35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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