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상사에 아직도 “부장님”… 민변출신 10여명은 ‘단톡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일 03시 00분


[심층탐사기획/프리미엄 리포트/20대 국회의원 인맥 해부 <上>]얽히고설킨 인연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지금도 같은 당 소속 박주선 국회 부의장과 새누리당 여상규 의원을 ‘형님’이라고 부른다.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과 함께 4명이 서울대 법대 70학번 동기지만 두 사람이 삼수를 해서 학생 때부터 동기들 사이에서 ‘주선이 형’, ‘상규 형’으로 통했다고 한다. 이상돈 의원은 “중앙대 교수로 있을 때 운동하다 재판을 받게 된 제자가 있었는데 당시 판사였던 상규 형한테 ‘잘 좀 봐 달라’고 해서 좀 더 선처를 받았다”고 옛 인연을 털어놨다.

언론인 출신인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최명길 의원,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1989∼1990년 외교부 출입기자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언론사 기수로 따지면 이용호 의원이 가장 빠르고 정 원내대표, 최 의원 순이지만 20대 국회에선 정 원내대표가 4선으로 가장 선배다. 이들이 1990년 한국의 유엔 가입을 앞두고 함께 미국 뉴욕 출장길에 올랐을 때의 일화. 당시 뉴욕 한인회장이던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기자들이 왔다’며 술을 샀다고 한다. 이 의원은 “최 의원을 따라 갔다가 박 원내대표를 처음 만났다”고 했다.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떠오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당시 외교부 미주국장이어서 자주 어울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박준영 의원도 당시 언론사 뉴욕특파원이어서 이들과 함께 취재를 했다고 한다.

○ 서울대 법대-경기고 인맥 끈끈

20대 국회도 의원들 간의 인연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명문대와 명문고, 법조인과 정당인, 운동권 등 국회의원 충원의 경로가 고착화된 결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의원 300명의 출신지(광역), 출신대, 출신고, 출신 직업, 성별, 나이 등 6개 항목에서 다수 그룹은 경남 출신(36명), 서울대(81명), 서울대 법대(24명), 경기고(13명), 정당인(108명), 50대 남성(162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명문 인맥으로 꼽히는 경기고-서울대(KS) 라인은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야당 내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 의원도 적지 않다. 초기 멤버인 천정배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비롯해 박주현 의원, 더민주당 이종걸 전 원내대표, 박범계 진선미 전해철 이재정 안호영 박주민 김해영 의원 등 10여 명이 포함된다. 이들은 메신저로 단체방을 만들어 정기 모임도 갖고 있다. 한 의원은 ‘지각 종걸’로 유명한 이 전 원내대표와 관련해 “민변 시절에도 회의를 하면 꼭 늦었다”고 했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검사로 재직할 때 박주선 국회 부의장을 부장으로 모셨다고 한다. 권 의원은 “지금도 사석에서 ‘부장’이라고 부를 때도 있다”고 말했다.

동기동창 친구인 의원들도 있다. 새누리당 정우택, 국민의당 오세정 의원은 경기고를, 국민의당 정동영, 더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전주고와 서울대를 같이 다녔다. 국민의당 주승용 황주홍 의원은 광주제일고 동급생이었다.

특히 경기고 같은 반이었던 이종걸 전 원내대표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황교안 국무총리의 인연이 유명하다. 학창 시절에도 이 전 원내대표와 노 원내대표는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뿌리고 다녔지만 황 총리는 학도호국단 연대장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 당시 황 총리가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번번이 물을 먹자 이 전 원내대표가 힘을 써줘 황 총리가 이 전 원내대표에게 “내 은인”이라고 자주 언급했다는 후문이다.

○ 국회 선수(選數) 위의 ‘계급’

출신고 인맥도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총선 직후 대부분 동문회로 당선 축하 모임 등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본 선후배들도 자연스럽게 얼굴을 익히게 됐다. 경기고 출신 인맥이 13명으로 가장 많고 대전고(7명), 전북 전주고·서울 중동고·대구 경북고·부산 경남고(이상 6명) 순이었다. 전북 이리고 출신인 국민의당 김중로 의원(초선·비례)은 “동문 축하 모임에 갔다가 더민주당 홍영표 김병관 의원을 만났다”며 “홍 의원이 3선 의원이지만 ‘선배님, 선배님’ 하더라”고 전했다 군 장성 출신인 김중로 의원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육군사관학교 1년 선배로 가까운 사이다.

해병대 전우회 모임에서도 국회 ‘선수’는 의미가 없다. 현역 의원은 총 9명으로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이 5선이지만 같은 당 강석호(3선) 이우현 홍철호(재선) 의원 앞에선 거수경례를 한다고 한다. 고려대 교우회도 호남향우회, 해병대 전우회와 함께 가장 끈끈한 모임으로 알려졌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5월 당선자들을 초청해 함께 식사를 했다고 한다.

더민주당 내 MBC 출신 의원들은 ‘MBC당’으로 불릴 정도다. 당초 열린우리당(현 더민주당) 의장을 지낸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이 박영선 의원을 영입하면서 야권 내 MBC 인맥이 형성됐지만 정 의원이 탈당하면서 현재 박 의원이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박 의원이 원내대표 시절 각각 정무조정실장과 정무특보로 영입한 김성수 최명길 의원은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3선의 노웅래 의원과 재선의 신경민 박광온 의원도 MBC 출신이다.

혈연관계에 있는 전현직 의원들도 있다. 더민주당 김한정, 이훈 의원은 고종사촌 관계다. 두 사람은 동교동계에서 정치를 시작해 20대 국회에서 나란히 당선됐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송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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