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의 역할 이제 끝났다”… “비박 단일화 유령 떠돌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일 03시 00분


與전대 합동연설회 창원서 스타트

뜨거운 연설 대결 31일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새누리당의 권역별 첫 합동연설회가 열려 당 대표 후보 5명을 비롯해 일반·청년 최고위원 후보 등 총 16명이 지지를 호소했다. 왼쪽 사진부터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이정현 이주영 정병국 주호영 한선교 후보(기호순). 창원=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폭염보다 더 뜨거웠다. 31일 새누리당 8·9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가 열린 경남 창원시 창원실내체육관은 당 대표 후보 5명을 비롯해 일반·청년 최고위원 후보 등 총 16명이 쏟아낸 열변으로 달아올랐다.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 주자들은 초반 기선을 잡기 위해 서로를 겨냥한 연설로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당원과 지지자 5000여 명의 응원전도 열기를 더했다.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미리 준비한 원고 대신 즉흥 연설로 “우리가 하나 돼 만든 박근혜 대통령을 (친박계가) ‘친박, 진박 대통령’으로 옹색하게 만들었다”며 “이제 친박의 역할은 끝났다”고 날을 세웠다. 주호영 의원도 “이 정부의 소통 책임자였던 이정현 의원이 (불통 지적에) 책임이 크다” “세월호 사건을 책임져야 할 장관은 누군가”라며 친박계 이정현 의원과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이주영 의원을 정조준했다.

반면 이주영 의원은 정병국-김용태 의원의 단일화에 대해 “계파 패권주의에 기댄 비박 단일화라는 유령이 지금도 떠돌고 있다”며 “이게 바로 민심에 역행하는 반역죄”라고 맞섰다. 이정현 의원은 “호남 출신인 내가 대표가 되면 영남당이 아니라 전국당이 되는 것”이라며 ‘호남 출신 당 대표론’을 강조했다. 또 최근 진행하는 ‘배낭투어’ 차림으로 단상에 올라 잠바를 벗어 흔들며 “당 대표가 되면 이 잠바가 새누리당의 유니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범친박계인 한선교 의원은 “내년 대선에서 만약 정권 재창출을 하지 못하면 자유 대한민국은 사라진다”며 “저를 당 대표로 뽑아주시면 전당대회 당일이라도 경북 성주에 내려가 주민들의 얘기를 밤새워 듣겠다”고 말했다.

영남권에서 첫 합동연설회가 열리면서 현장에는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 출신 후보 간 세 대결이 팽팽했다. PK 출신 이주영(경남 창원 마산합포), TK 출신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의 지지자들은 단체 티셔츠를 맞춰 입고 현수막과 함께 구호를 외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후보들은 자신의 이름과 기호가 새겨진 부채를 제작해 현장에서 나눠 주는가 하면 사물놀이패를 앞세운 치열한 장외 싸움도 벌였다. 다만 수도권 출신인 정병국 한선교 의원과 호남 출신인 이정현 의원은 지지자 수십 명만 현장을 찾아 대조적이었다.

연설회 직전 창원실내체육관 앞 8차선 도로 중 2개 차로는 관광버스 수십 대로 메워지기도 했다. 한 당직자는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모습은 없었지만 여전히 조직적으로 당원을 동원하는 구태는 반복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당대회의 남은 변수는 비박 진영의 추가 후보 단일화 여부와 당 주류인 친박계 표심의 향배다. 비박 진영에서는 후보 등록 직전 정 의원과 김용태 의원 간 1차 단일화에 이어 정, 주 의원 간 2차 단일화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두 의원 간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전당대회는 현재의 ‘5파전’ 구도에서 ‘비박 한 명 대 범친박 3명’의 구도로 재편된다.

당 주류인 친박계가 어떤 후보를 ‘대표 주자’로 지지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공개적인 지지 선언을 하지 않더라도 친박 주류가 이주영, 이정현 의원 등 범친박 진영 후보 당선을 위한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한 친박계 의원은 “선거가 진행되는 과정을 좀 더 지켜보고 두 후보 가운데 당선 가능성 등을 감안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강경석 coolup@donga.com / 홍수영 기자
#새누리당#8·9전 당대회#합동연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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