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언론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에 대한 비판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전문가를 동원해 ‘반드시 한국에 보복해야 하는 이유’ 등을 자세히 거론하고 심지어 한국과의 전쟁을 가상해 ‘사드 체계를 괴멸적으로 타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환추(環球)시보는 1일 ‘한국에 어떻게 보복해야 하나’라는 특집 기사에서 4명의 전문가들에게 ‘왜 반드시 한국을 보복해야 하나’ 등에 대한 견해를 자세히 소개하면서 한국 지도부에 대해 ‘정신 차려야한다’고 경고했다.
양시위(楊希雨) 국제문제연구원 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받아들인 것은 중국정부가 공식 외교와 공공외교 등을 통해 오랫동안 해 온 고언과 협상을 무시한 것”이라며 보복을 주장했다. 우신바이(吳心伯) 상하이(上海) 푸단(復旦)대 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한국이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고 중국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중국이 최근 수년간 많은 노력을 들이고 한반도 문제에 많은 기여를 했는데 일체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 부원장은 “한국이 자신의 국가안전을 위해 사드 배치 결정을 내렸다면 중국도 역시 국가안전에 대한 고려에서 사드에 대응할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지융(鄭繼永) 푸단대 조선한국연구중심 주임은 한국에 반드시 보복해야 하는 이유 3가지를 들었다. 동북아에서 미중러의 균형을 깨고 대결국면으로 몰아간 점, 휴전이라는 ‘전쟁 수면 상태’에서 깨워 전쟁 위험을 높인 점, 중국의 이익을 무시하는 한국에 대해 엄중한 징벌과 제재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주변 국가의 중국 이익에 대한 도전 더욱 거세질 것 등이다. 한국도 자주 찾는 지한파 연구원인 그는 “반드시 한국에 강력한 반격을 해야 한다”며 누구보다 극렬하게 한국에 대한 보복을 주장한 점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필요시 괴멸적 타격을 가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양 연구원은 “군사적 대응도 약하면 안된다”며 “사드 레이더를 예의 감시하고 유사시 작동하지 못하도록 전파 간섭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쟁이 발발하면 한미의 가장 전방에서 활약할 사드 레이더 시스템을 파괴하고 그 때는 중한관계고 뭐고 고려할 것 없다”고 했다. 이는 국가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국가가 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북한 핵과 미사일 방지를 위해 배치하려는 사드를 한-중간 전쟁의 최전선에서 역할을 하는 것으로 간주해 타격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우 부원장도 사드가 한반도 배치되는 경우 평시와 전시로 나눠 중국에 대한 위협을 평가해 대응해야 한다며 전시에는 괴멸적 타격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오샤오줘(趙小卓) 군사과학원 중미국방관계연구중심 주임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드에 대응해야 한다”며 “전자전을 통해 사드의 레이더 전파를 간섭할 수도 있고, 필요시에는 순항미사일로 사드 기지에 대한 타격을 가해야 한다”고 강경 입장을 폈다.
보복 방법에 대해서도 ‘징벌’ 운운하며 전례없이 적나라한 주장들을 내놨다. 정 주임은 “사드 때문에 한중 관계가 경착륙하는 것에 아랑곳없이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경제 무역에서 징벌을 가하는 것이 한국 민중과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한국 정부에게는 쓴맛을 보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주임은 지방정부간 우호도시 교류나 경제무역 인문교류 등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부원장은 “한국은 유커(遊客·중국 관광객)의 가장 중요한 해외 관광지로 관광객이 가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고 밝히고 “한국의 화장품이나 한류 드라마 등은 이미 자발적으로 중국에 오지 못하게 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이 분야에 대한 보복을 부추겼다. 우 부원장은 “정부 차원에서 중한 자유무역협정(FTA)를 조정할 것은 아니지만 경제 무역 분야의 중요 협상을 늦추거나 취소해야 할 것”이며 “한국과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연결되는 중대한 항목도 다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1일 사설격인 ‘종성(鐘聲)’을 통해 “한국이 사드 배치에 동의한 것은 미국의 앞잡이를 주도적으로 자처하고 한반도를 새로운 모순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장기적 이익과 민중의 이익에서 출발해 기본적으로 정신을 차리고 현실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한국이 사드 배치에 동의한 것은 호랑이를 키워 우환을 만들고 늑대를 집안에 끌어들이는 것과 같다”며 “잘못을 깨달아 고치지 않으면 불로 자신을 태우고 악과(惡果·나쁜 열매)를 스스로 먹어 다시는 만회할 수 없는 패국(敗局)에 빠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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