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는 법조 경력(49명)과 관료 경력(37명)으로 연결된 의원들의 결속력이 소속 당보다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와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 교수가 20대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사회관계망 분석(SNA·Social Network Analysis)을 실시한 결과다. 법조인과 관료는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기득권층이다. 주로 서울대 등 명문대를 나와 고시에 합격해 판검사나 행정부 고위 공직을 맡다 입법부로 옮긴 이들이 사실상 국회를 지배하고 있으니 민심과는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국회에 법조인 출신이 가장 많다는 것은 한국사회 정치인 충원 경로의 한계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19대 국회(42명)보다는 7명 늘었지만 18대(59명), 17대(54명)보다는 적을 만큼 단연 수위의 충원 그룹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도 변호사 출신 정치인이 적지 않지만 우리처럼 판검사를 하다 정계로 옮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한국처럼 정치인이 낙선하면 변호사를 하거나, 변호사 몸값을 높이기 위해 정치에 뛰어드는 ‘정치-법조 갈아타기’ 사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역대 국회에서 법조인 출신 의원들은 법제사법위원회를 틀어쥐고 직역(職域) 이익을 침해할 입법을 저지해 왔다는 지적을 받는다. 망국병인 ‘전관예우’가 사라지지 않는 것도 법조 출신 의원들의 입김 탓이 크다. 인신 구속과 기소에서 검찰의 재량권을 줄이도록 법을 바꾸기만 해도 거액을 들여 전관 변호사를 찾는 문화가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19대 국회에서만 전관예우 방지 등을 담은 8개 법안이 발의만 되고 폐기됐다. 김영란법의 부정청탁 금지 대상에 업무 성격상 청탁할 일이 많은 변호사를 제외한 것도 ‘법조 국회’여서 가능했다.
행정 관료 출신 의원과 ‘후배 관료’의 밀어주기와 ‘짬짜미 입법’ 사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금지법을 제정했지만 공직자윤리위에 심사 재량권을 주는 바람에 ‘공(정거래위)피아’나 ‘금(융위)피아’ ‘감(사원)피아’의 창궐을 막지 못했다. 나라 재정을 거덜 낼 공무원연금에 대한 개혁이 변죽만 울리고 만 것도 결국 관료 출신 의원과 공무원 노조의 ‘적대적 공생’ 탓이라는 시각이 엄존한다.
법조인과 관료 출신 20대 의원들이 전임 금배지들처럼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특권 챙기기에 몰두한다면 내년 대선에서 민의의 심판에 직면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현장에서 잔뼈를 키운 ‘풀뿌리 정치인’들이 국회에 입성할 수 있도록 정치인 충원구조를 고쳐야 한다. 국회의원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돈 많고 출세한 사람들에게 권력까지 쥐여주는 자리로 굳어져서는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가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