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의식해 ‘면세자 축소’는 유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일 03시 00분


더민주 “감세 통한 성장전략 실패”… ‘부자 증세’ 세법개정안 발표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이 2일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세 부담을 늘리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이 2일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세 부담을 늘리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2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의 핵심은 ‘부자 증세’다. 법인세, 소득세, 상속·증여세 세율을 높여 고소득층과 자산가로부터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세 기반을 넓히는 방안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 아닌 ‘좁은 세원, 높은 세율’ 방안으로 조세 정의라는 당초 세법 개정의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부자 감세를 통한 경제성장을 시도했지만 성장은 제로 상태다. 이대로는 저성장·저부담·저복지 틀을 깰 수 없다”라며 세 부담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더민주당은 이날 기업 대주주(시가총액 25억 원 이상 보유)의 주식 거래로 발생한 차익에 대한 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금융·배당소득(1000만∼2000만 원)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을 현행 14%에서 17%로 올리는 등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소득세는 과세표준 5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41%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과세표준 1억5000만 원 소득에 대해 최고세율 38%를 적용하고 있다. 상속·증여세는 연령이 낮을수록 세율을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과세표준 500억 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리고 절세를 목적으로 한 가족회사에는 법인세를 추가 과세하는 ‘우병우 방지법’도 도입한다.

반면 저소득층에 대한 세제 혜택은 확대하도록 했다. 대학등록금을 최대 200만 원까지 환급해 주고 근로장려금 수급액을 높이면서 수급 기준은 완화한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더민주당은 정부에 증세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날 최운열 정책위 부의장은 “증세 없는 복지에 얽매여 1년에 30조∼50조 원씩 국가 채무가 늘어났다”며 “다음 정부나 후손에게 비용을 넘기는 건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변 의장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정부안과 논쟁을 벌일 각오를 하고 추진하는 것”이라며 ‘세법 전쟁’을 예고했다.

그러나 더민주당은 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데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장 내년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4년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48.1%로 세액공제 혜택을 늘리기 전인 2013년(32.4%)보다 15.7%포인트나 늘었다. 더민주당은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정부·여당과 추후 협의하겠다”고만 했다. 변 의장은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사람들도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는 내고 산다”며 역풍을 경계했다.

더민주당은 이번에 전체 0.1%에 해당하는 기업 대주주에만 주식양도소득 세율을 높였다. 증권거래세만 부담할 뿐 차익을 얻어도 세금을 물지 않는 일반 주식투자자에 대한 과세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은 반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날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현재의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지금은 법인세, 소득세를 인상할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세법 개정안은 새누리당의 의견이 모두 반영된 안으로, 법인세율 인상이나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 등은 찬성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다만 법인세 인상 등에 대한 더민주당의 의지가 예년보다 강한 만큼 기획재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의 대응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홍수영 기자
#더민주#감세#변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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