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노동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1발은 엔진 점화 직후 폭발했지만 나머지 1발은 1000km 정도 날아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 북한 미사일의 탄두 부분이 일본 EEZ까지 낙하한 것은 처음이다. 낙하지점과 직선으로 연결되는 곳에 탄도미사일 조기경보 레이더 기지가 있다. 북이 주일미군의 레이더 기지 코앞까지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용서하기 어려운 폭거”라고 규탄하며 자위대에 경계 태세를 지시했다. 일본이 2일 2016년 방위백서에서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기술의 개선을 통해 더 심각한 군사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며 “이는 일본을 포함한 주변 지역과 국제사회에 중대하고도 즉각적인 위협”이라고 강조한 내용도 이제는 가볍게 볼 수 없게 됐다.
더구나 어제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1주년(8월 4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남북한은 북의 지뢰도발로 촉발된 무력충돌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무박(無泊) 4일의 협상 끝에 8월 25일 남북대화에 전격 합의했으나 지금은 최악의 북핵·미사일 위기 상황이다. 북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무력화 능력을 과시해 남남(南南) 갈등을 증폭시키고,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 봉쇄 능력을 과시해 한미와 연대해 대북(對北) 압력을 강화하는 일본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아베 총리가 어제 “미국, 한국과 연대하면서 의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한 대로 북의 도발 앞에 한미일 안보 공조는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그런 점에서 어제 단행된 일본 개각에 극우 성향의 장관들이 중용된 것은 유감스럽다. 위안부가 당시로선 합법이라고 했던 장관들이 취임 후에도 망언을 계속한다면 소통과 신뢰 회복이 긴요한 한일관계는 다시 껄끄러워질 우려가 있다. 올 초 북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일본의 안전 확보’를 명분으로 개헌론을 확산시켰던 아베 총리가 이번엔 안보 위기론을 증폭시켜 개헌을 통한 재무장에 나설 개연성도 적지 않다. 그렇게 되면 군사협력이나 선린관계를 지향해야 할 양국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아베 정부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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