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야당 원내대표들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간 연장과 사실상 연계할 뜻을 밝혔다. 어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3당 원내대표 회동 뒤 기동민 더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내 검찰개혁 특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대책특위 구성과 세월호특조위 연장은 국민적 공감대가 분명한 문제인 만큼 추경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야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12일 임시국회에서 추경안 통과가 불가능해질 판이다.
구조조정과 일자리 지원을 위해 11조 원 규모로 편성된 추경은 신속한 집행이 생명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추경도 신속한 국회 통과로 적시에 집행된 덕분에 경제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었다. 2008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을 지내 이런 사정을 잘 아는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6월 “국제경쟁력 약화와 하방 리스크가 서민 민생을 더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큰 만큼 더 이상 추경 편성을 미룰 여유가 없다”고 했고, 더민주당 김정우 정책위 부의장도 “정부는 하루빨리 추경 편성 여부를 밝히고 여야정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그랬던 야당들이 이제 와서 정치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문제와 연계해 추경 보이콧을 위협하는 것은 거야(巨野)의 횡포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더민주당 의원들이 법률상 활동 기간이 끝난 세월호특조위를 살려내라며 어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릴레이 단식에 들어간 것도 전형적인 운동권식 구태정치다. 추경안을 볼모 삼아 국가안보가 걸린 사드 배치, 정교한 설계가 필요한 검찰개혁 문제를 풀겠다는 야당들이 과연 수권 자격이 있을지 의문이다.
일본 아베 신조 정부가 그제 발표한 28조1000억 엔(약 306조 원) 슈퍼 경기부양책의 27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추경이 야당의 발목 잡기로 집행까지 늦어진다면 야당 때문에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실업의 고통이 커졌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 없을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 3분기(7∼9월)에 100% 추경안이 집행되면 경제성장률을 0.13%포인트 끌어올리고 취업자를 2만7000명 늘릴 수 있지만 집행률이 떨어지면 효과도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야당은 투쟁을 하더라도 다수 국민이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나서야 한다. 한시가 급한 추경안 처리를 정치적 무기로 삼는 것은 야당에 희망을 걸었던 사람들을 등돌리게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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