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노동미사일, 日 EEZ 낙하]
한반도 증원전력인 주일미군 겨냥… 기존 高角과 달리 먼거리 타격 과시
일각선 “핵탄두 소형화 시험”, 아베 “중대 위협… 용서못할 폭거”
3일 북한의 노동미사일 발사에선 과거와 다른 예사롭지 않은 대목들이 감지된다.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1주년을 앞둔 대남 무력시위 이상의 전략적 의도가 엿보인다는 얘기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2기의 노동미사일 가운데 1기는 1000km가량 날아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EEZ까지 날아간 것은 처음인 데다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최대 사거리(약 1300km)에 가깝게 발사한 것도 전례가 없다. 북한은 2006년 7월부터 최근까지 노동미사일을 모두 75∼85도의 고각(高角)으로 발사했다. 이 때문에 비행거리도 400∼650km 안팎에 그쳤다. 올해 3월과 7월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이 유사시 미 증원전력이 들어오는 한국 내 주요 항구와 비행장에 대한 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45∼55도로 발사했고 비행궤도도 안정적이었다고 군 당국은 전했다. 군 관계자는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전력이 발진하는 주일 미군기지와 이를 지원하는 일본 내 군사시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노동미사일이 낙하한 일본 아키타(秋田) 현 오가(男鹿) 반도 서쪽 250km 해역에서 북동쪽에 있는 샤리키(車力) 미군기지까지의 거리는 약 300km에 불과하다. 이곳에 배치된 탄도미사일 조기경보레이더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레이더와 유사한 기종으로 북한과 중국의 탄도탄 감시가 주 임무다. 평양 인근에서 노동미사일을 발사하면 이 기지가 사정권에 들어간다. 평양 일대에 배치된 노동미사일을 황해북도 은율 지역까지 이동시켜 발사한 것도 주일 미군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의 진전 결과를 시험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개발 중인 소형 핵탄두와 무게가 비슷한 모의 탄두를 노동미사일에 실어 주일 미군을 겨냥한 핵 타격 능력을 점검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노동미사일의 탄두 중량은 약 700kg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700∼1000kg 안팎의 핵탄두를 개발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군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은 사드가 배치돼도 무수단미사일과 노동미사일로 괌과 주일 미군기지에 동시다발적 핵 공격 위협을 통해 유사시 미군 개입을 저지할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규탄 성명을 내고 “국제사회와의 전방위적 공조를 통해 대북 제재 및 압박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미사일 탄두가 자국 EEZ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되자 일본은 비상이 걸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안전 보장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며 용서하기 어려운 폭거”라고 비판했다. 오전 11시 15분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일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동안 주로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던 북한 미사일이 이번에는 일본을 향해 날아왔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낙하 지점 인근에 전국 어선이 모이는 어장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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