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8·9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들이 3일 32년 만에 전북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호남 구애’ 경쟁을 벌였다. 호남 선거인단은 전체의 4.2%에 불과하지만 ‘절대 강자’가 보이지 않는 데다 호남 출신 후보까지 나온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날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연설회에서 전남 순천이 지역구인 이정현 의원은 가장 먼저 나서 “호남 출신인 제가 보수 정당의 대표가 된다면 광복 이래 처음 있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병국 의원은 “중·대선거구제로 바꿔 제2의 이정현, 정운천을 만들어 내겠다”며 호남 표심을 호소했다. 이주영 의원은 “지난번 경남 창원 연설에서 영남 당원들이 호남 출신 이정현 후보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줬듯 영남 출신인 저를 위해 힘찬 박수를 보내 달라”며 “이게 바로 통합, 호남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한선교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임기 중 새만금사업을 완성해 달라고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주호영 의원은 “비례대표 3분의 1 이상을 호남에 배정하겠다”고 했다.
8·9 전당대회가 후보 등록 이후 반환점을 돌면서 계파별 내부 정리 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일각에서는 ‘호남 대표론’이 등장해 지지 후보 결정에 변수로 떠올랐다. 친박계 한 재선 의원은 “영남 기반 정당에서 호남 대표가 선출되는 것 자체가 정치 혁명”이라며 이정현 카드를 지지할 뜻을 밝혔다. 다른 친박계 의원도 “여론조사에서 이정현 의원이 앞서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다른 친박계 의원은 “영남권 지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텃밭부터 관리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보였다.
비박(비박근혜)계 후보 단일화를 위한 외부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전국 민생투어 중인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비주류가 당 대표가 되는 게 당 발전에 도움이 된다”며 “정병국 후보와 주호영 후보가 이번 주말에 단일화를 할 것이고, (단일화된) 그 사람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주=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박노명 인턴기자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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