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지역으로 “성주 내 새로운 지역을 조사할 것”이라고 발언한 뒤 미묘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일부 성주 주민의 요구에 “검토는 해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청와대가 ‘성산포대 고수’에서 외견상 일단 한발 물러난 것처럼 비쳤기 때문이다. 국방부도 오락가락하며 이를 부채질했다. 그동안 “제3지역 변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하던 국방부는 박 대통령 발언 직후 “성주군에서 성주 내 다른 용지의 가용성 검토를 요청한다면 평가 기준에 따라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언급이 인터넷 언론을 타고 사드 배치 지역 조정 가능성으로 해석되자 청와대는 바빠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인터넷 보도를 보면 대통령이 다른 지역으로 배치할 것을 상정하고 말씀하신 것처럼 오도될 수 있는데…”라며 “성산포대가 최적지라는 판단이 나오면 그 결과를 성주 주민에게 소상하게 설명하겠다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도 제3지역으로 변경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군 관계자는 “용지 선정 당시 조성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용지 매입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되며 기반시설 공사 없이 최대한 빨리 용지를 조성할 수 있는 곳을 중요한 요건으로 삼아 검토했다”라며 “이를 토대로 성산포대를 선정한 만큼 손바닥 뒤집듯 바꿀 순 없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박 대통령이 용지 이전을 전제로 발언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검토 결과 옮기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면 그렇게 하겠지만 성산포대가 최적지라는 점이 재확인되면 주민들에게 이해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낮은 가능성에도 성주 내 ‘제3의 장소’는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염속산, 까치산, 칠봉산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지역들은 각각 해발 872m, 572m, 517m로 성산포대(383m)보다 높아 레이더 유해성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모두 사유지인 만큼 주민 반발로 매입 자체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레이더는 산 정상에 설치하는데 염속산과 칠봉산에 배치하려면 봉우리 형태인 산 정상을 깎는 대공사가 필요하다. 염속산과 까치산은 정상으로 이르는 길이 폭 2m 안팎의 임도(林道)나 등산로가 전부여서 사드 배치 공사를 위한 중장비나 병력이 드나들 길을 만들려면 대규모 확장 공사를 장기간에 걸쳐 해야 한다. 전기 등 기반시설 공사 등을 포함하면 3년이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돼 늦어도 내년 말까지 사드를 배치한다던 한미 양국 정부의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제3의 장소로 거론되는 지역 주민들이 거론 자체를 불쾌하게 여기면서 성주 내부의 갈등도 예상된다. 칠봉산이 있는 대가면 칠봉리의 정창수 이장은 “칠봉산은 정상이 뾰족하고 좁아 승용차 한 대도 못 올려 놓을 정도이고 정상으로 가는 길도 수풀이 우거진 오솔길뿐인데 무슨 사드 배치를 운운하느냐”라며 “말도 꺼내지 말라”라고 말했다.
성주 사드배치철회 투쟁위원회는 대통령 발언 직후 긴급회의를 개최한 뒤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투쟁위는 성주뿐 아니라 국내 어디든 사드를 배치해선 안 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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