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서 남한 TV방송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특권층, 은밀 시청”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8월 5일 10시 34분


북한 평안남도 평성과 순천 일대에서 남한의 지상파 TV 방송 신호가 잡히면서 일부 특권층이 한국 TV 방송을 실시간으로 은밀하게 시청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5일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중국으로 여행 온 평안남도 출신 여성 A 씨는 “한국에서 송출하는 TV지상파 신호가 평성 순천 일대에도 잡히고 있다”면서 “그래서 몰래 한국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한국의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간부들이며 이 사실을 외부에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한국 드라마와 가요 등의 유포를 엄격히 차단하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한국 TV 방송을 시청한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혹독한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A 씨 역시 북한에 있을 때 KBS TV 방송을 실시간으로 봤다며 “어느 해인가 안테나를 돌리다가 한국 TV신호가 잡혀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RFA는 소식통을 인용, 현재 북한 내에서 한국의 TV 방송 시청이 가능한 지역은 평양 일대, 황해남북도와 함경남북도 등지의 평야와 해안 도시들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높은 산악이 가로 막히지 않은 벌방 지대와 바닷가 해안선을 따라 한국 TV 신호가 잘 잡힌다”면서 “특히 흐린 날에 더 선명하게 나온다”고 덧붙였다.

남한의 일부 탈북자도 북한에 있을 때 한국 TV 방송을 시청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고 RFA는 덧붙였다.

다만 해당 지역 내 모든 북한 주민이 한국의 TV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북한은 PAL방식이고 한국은 NTSC 방식이기 때문에 NTSC 방식의 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 TV가 있어야 한국 방송을 볼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 평안남도 출신의 한 탈북자는 RFA에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에서 밀수로 중고 텔레비전이 적지 않게 북한에 들어왔는데, PAL과 NTSC방식을 겸용한 TV가 적지 않아 한국 TV 방송을 볼 수 있다”며 “아직 북한 당국이 한국 TV 시청 단속에 눈길을 덜 돌리고 있다. 더구나 한류를 차단해야 하는 보위부나 당 간부들이 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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